ADVERTISEMENT

[새정부 경제운용] 경차·경유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정부가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 판매를 허용하고 경차규격도 확대하기로 결정하자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업계와 환경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승용차 시장 판도는 급속하게 휘발유차에서 경유(디젤)차량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경차규격 확대와 관련, 현대차측은 "경차가 안정성과 수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격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GM 대우측은 "에너지 절감과 서민 경제 안정화라는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엇갈리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판도 변화=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경유승용차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곳은 현대차 뿐이다. 이미 유럽시장에 아반테, 라비타, 베르나 등 소형 및 준중형차 3개 모델에 디젤 엔진을 장착해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시판이 허용되면 현대차는 즉각 시장에 경유승용차를 투입해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기아차 역시 2005년에 출시할 경차(비스토 후속모델.개발 코드명 SA)와 스펙트라 후속모델(LD)에 디젤 엔진을 얹어 판매할 계획이다.

반면 경쟁사인 GM대우나 르노 삼성은 아직 디젤엔진 승용차를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은 "본사가 개발한 엔진을 들여온다해도 2005년 시판에 맞추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하는 현대.기아차의 독주가 계속되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라고 반발했다.

경유 승용차 기술이 뛰어난 유럽업체들의 진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BMW의 아.태 담당 뤼더 파이젠 부사장은 "경유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면 한국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장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및 시민단체 반응=환경위원회는 당초 2006년 7월까지 휘발유.경유.LPG의 상대가격을 100대 85대 50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번 결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휘발유 대비 58%에 불과한 경유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소비자들이 경유차로 몰릴 것이 뻔하다. 자동차공업협회의 강철구 팀장은 "경유승용차는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면서도 "특별소비세등을 따로 부과하는 역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 혜택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환경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장재연 시민환경연구소장은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은 경유차 환경위가 내세웠던 전제조건인데, 이번 결정은 이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유권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