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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속의 신주시장 과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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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융의 긴축적인 운영과 재정의 흑자 폭 증가 등으로 일반적인 자금사정은 크게 핍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증권시장에서만은 풍성한 자금이 나돌고 있다.
왜 이러한 엇갈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느냐 하는 원인을 당장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말해서 자금의 수요 측과 공급 측에 부자연스러운 어떤 힘이 움직여서 그러한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우선 자금의 공급이 오늘날 무역금융수출산업·중화학공업 등에 집중되고 있음을 주목할 수가 있다. 이들 업종은 주로 이른바 대기업들로서 자금 집중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위에 저리금융의 혜택을 받고있기 때문에 자기자금이 있다하더라도 금리 차를 노려 1백「퍼센트」융자를 받으려 한다. 따라서 융자편의 때문에 이들의 자기자금은 고수익이 보증되는 증권투자신탁이나 증권자금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 그 동안의 고도성장기에 소득의 분배구조가 크게 편의현상을 보였고 그 때문에 일반적인 자금사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소득층이나 금융자금 보유 층이 확고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 하다. 이들은 토지가 유리하면 토지투기에 몰리고, 증권이 유리하면 또 그에 쏠리는 것이다. 따라서 예금금리·증권수익률·토지투기의 3자 관계에서 이들은 가장 유리한 것을 선택한다.
지금의 물가정세로 보아 연율 15%의 금리에 이들은 만족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작금의 금융저축의 둔화경향으로 보아서도 확실하다. 또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의 세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징세 기술의 발전으로 탈세가능성이 줄어든 지금 이들이 토지투기를 주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세금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나쁘지 않은 증권에 자금이 쓸리는 것은 물이 높은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이치와 다를 바가 없다.
한편 자금수요 면에서도 은행대출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증권시장에 기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증권시세가 높은 수준에 있고 또 시세유지가 손쉬운 증시생리로 보아 당장 자금상환 압박이 없거나 적은 신주발행이나 사채발행은 기업에는 편리한 수단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주가는 업체별로 분석해 볼 때, 불합리한 경우가 허다하며, 때문에 그 주식 고유의 자금조달능력보다 월등 큰 자금집중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들 기업이 후일에 배당 면에서나 재무구조 면에서 주식투자자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지금의 증시가 보여주고 있는 자금집중력은 일시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어 장기적인 증시육성에 어긋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증시에 자금이 지금처럼 쓸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며 또 정상적인 것이냐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마땅할 것이다, 요컨대 지금의 세제나 금리구조, 그리고 분배관계가 재정의 흑자 및 금융긴축정책과 얽혀서 일어나는 증시의 이상호황은 경제적으로는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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