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의 한인 슈바이처' 미 FBI 지역사회상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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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톰 김(69·한국 이름 김유근·사진) 박사는 암 전문의다. 그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테네시의 슈바이처’로 불린다. 1993년 ‘무료진료소(Free Medical Clinic of Americas)’를 차린 뒤 21년간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주민 2만여 명을 무료로 진료해 얻은 별명이다.

 김 박사가 4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올해의 지역사회 지도자상(DCLA)을 받는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직접 수여한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돈은 벌만큼 벌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6·25 때 도움받은 나라 출신으로 미국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김 박사는 평안남도 중화가 고향이다. 부친인 김봉오(작고) 박사도 평양의전 출신의 의사로 해방 직후 김일성의대에서 장기려 박사와 함께 김일성 주석을 치료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친은 종교문제로 김 주석의 미움을 사자 월남한 뒤 61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김 박사의 딸도 녹스빌에서 소아과병원을 운영하는 등 3대가 의사다.

 “처음엔 일과 후 서너 시간씩만 무료 진료를 해왔으나 2005년부터는 아예 개인병원을 그만두고 무료 진료에만 전념하고 있다. 무료 진료에도 원칙은 있다. 일을 하지않는 사람은 안 된다.”

  6세 때 고향을 떠나온 그의 꿈은 언젠가 고향 에 자신의 의술을 나눠주는 거다.

 “생전에 이뤄지기 힘든 꿈일지 모르지만 북한에 두고 온 일가친척들이 그립다. 내가 미국 땅에서 무료 진료를 하는 것도 그 꿈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2년 전 김 박사의 공로를 전해들은 애틀랜타 총영사가 청와대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그는 하루에도 30~40명씩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했고 총영사관을 통해 훈장을 전달받았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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