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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와 한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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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생산적인 토론의 기본적 전제는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모든 토론참가자가 일체의 편견을 떠나, 철저하게 객관성을 추구하려는 자세를 갖는 일이 그 하나요, 둘째로 되도록 많은「리소스·퍼슨」(자원인사)을 참여시켜 이들의 전문가적 의견과 과학적 검증을 거치게 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지난 8일 미상원외교위원외원조소위가 주관한 한국문제청문회에서의 토론과정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게 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태세, 그리고 미국의 세계전략상 점하는 한반도의 위치 및 그 비중문제를 언급하면서『한국과 미국의 안보관계는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긴요하다』고 역설한「하비브」국무차관보·「에이브러모위츠」국방부차관보 등은 의심할 바 없이 가장 적절한「리소스·퍼슨」들로서 이들의 증언이야말로 모두 생산적 한국문제 토론의 준거가 될 과학적 검증의 자료를 제공했다고 보아야하지 않겠는가.
세계의 여러 권위 있는 전략문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에 따르더라도 4만여 주한미군의 존재는 막강한 한국군의 방위역량과 결합되어 한반도에서의 가장 효과적인 전쟁 억지력이 되고 있음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자선의 안전이 걸려있는 전 동북「아시아」및 전대평양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는 결정적인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를 가리켜 핵시대 미 세계전략의 전진방어기지(「포워드·배션」)라 규정, 그 후방의 일본을 이 같은 전략수행을 위한「부심항모」라고 불렀던「슐레진저」전미국방장관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만 그 참뜻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한미 두 나라의「파트너쉽」관계는 실상 한국국민 스스로의 요청이 미국의「글러벌」한 방위전략상 필요와 밀착된 필연적인 결합이자, 또한 믿음직한 힘의 총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것은 지난 30년간의 혈맹관계를 통해 여실히 실증되었듯이 어떤 특정정권간의 일시적「기브·앤드·테이크」적 협약의 소산이 아니었음은 물론, 하물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었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미유대의 이 같은 역사적 당위성을 몰각하고 양국 국민사이의 친선우호관계나 주한미군의 역할 또는 미국의 대한군·경원조 문제 등에 관해 근시안적인 판단을 내리려는 근자 미국 조야 일부의 언동은 심히 천여단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문제를 논한다면서 만일 그 토론자들이 환상적「데탕트·무드」에 젖어 미 세계전략상 전진방어기지로서의 한국의 위치에 대해 고의로 눈을 감으려 하거나, 아니면 한국내의 정치상황에 관한 편견 때문에 양국국민간의 전통적 우호정신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입히는 일이 있다면, 이는 결코 생산적이 못 될 뿐더러 적들을 이롭게 할 뿐일 것이기 때문이다.「애치슨」성명을 예비하는 소행이라 비판받아야 그것은 자칫 호전적인 김일성으로 하여금 다시 오판에 의한 전쟁도발을 일으키게 할 제2의할 것이다.
이번 공청회에서의 증언을 빌 것도 없이 오늘날「한반도사태」의 원흉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반도의 북반부에 세계공산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호전적인 김일성 집단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임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은 매년 GNP의 15%를 군사비에 투입, 여러 분야에서 한국군을 훨씬 능가하는 군사장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른바 4대 군사노선을 채택, 공공연하게 전 한반도의 적화통일전쟁을 방언하기조차 하고 있지 아니한가.
실제로 그들은 바로 지난 7일에도「탱크」2대를 DMZ 깊숙이 불법 침입케 하는 등 의식적인 대남 도발을 일삼고 있다. 이 같은 상황하 지금 한국국민은 일치 단결하여 자유롭고 번영된 국가건설을 위해 일면건설·일면국방의 힘겨운 과제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한국국민은 그들과 혈맹관계를 맺은 미국민과 특히 그 대표 기관인 의회가 한국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항상 한국사태의 이 같은 특수성을 염두에 문 생산적이며 전향적인 결론을 도출해 주기를 절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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