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을 진단한다|부의 비뚤어진 경영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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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원기업」이니 「교육모리」니 하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뚜렷한 목표도 없이 교문을 열어 육영이라는 미명아래 치부를 일삼거나 사회적인 체면을 유지하려는 행위. 사학의 자율성결여나 재정핍박등은 일부 사학의 비뚤어진 경영자세와 경영부실에도 원인이 있다.
29일 문교부의 계곳장을 받은 광주S학원의 경우 실립자가 최근학교 공금 8천만원을 유용하고도 모자라 학교법인 명의로 10억원의 부도를 내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학원은 당초 교육목적보다는 방직공장의 여직공들을 상대로한 축재목적으로 세워졌는지 모른다』는 것이 일부 주민의 말이다.
서울S학원의 경우 학생들의 등록금이 술집운영자금으로 전용됐거, K국교의경우 학부모들의 찬조금이 별관신축및 유지관리비로 투자돼 일반의 화제가 됐다.
또 부산 T학교의 경우 재단이사장의 공금유용을 반대하는 교감이 하루 아침에 평교사로 강등돼 교육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부조리는 극히 일부 사학 경영자에 국한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일부」가「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너무나 크다.
사립학교법제정과 개점, 정부의 사학 감독권 강화와 사학의 자율성 결여 등은 따지고 보면 과거 일부사학의 비리 (비리)가 전체사학에 끼친 이른바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일반은 보고있다.
사학의 부조리가 싹트기 시작한것은 6·25동란 직후의 혼란기에서부터 해방후 뚜렷한 목표도 없이 난립한 학교들은 동란으로 잿더미가되자 여기저기서 판자집이나 천막학교를 세웠고 학생들도 그런대로 모여들었다. 교육열은 어전히 식지않았던것.
「교육모리」는 바로 폐허 속에서도 식지않는 이같은 교육열에서 싹트기 시작했다.『잿더미속에서 어찌 좋은 건물에서만 공부할 수 있겠느냐』.
처음부터 불순한 동기에서 출발한 일부 사학 경영자들은 남의 공장건물이나 폐광된 광산을 법인기본재산으로 서류를 꾸미고 세운 「천막교실」과「판자교실」을 정당화 했다.
이들이 노린것은 전재 복구용으로 나오던 미군의 구호물자와 그때만해도 모금이 자유로왔던 학부모들의 기성회비 및 사친회비등이었다. 즉 무일푼으로 치부릍 하자는 속셈.
서울 K고교 Q교강등은 『당시 빈털터리 사설강습소에서 출발한 학교가 얼마안가 초·중·고교의 정규학원으로 자라거나 판잣집 학교가「매머드· 빌딩」 의 「캠퍼스」로 변한예를 손쉽게 찾아볼수있다』고 말했다.
교육이념도 목적도 없이 출발한 학교는 정신적인 가치추구 보다는 물질적인 이윤추구를 앞세워 부패와 사치의 온상으로 전략, 일반의 지탄을 받기 마련.
정부는 결국 일부사학의 이 같은 부패를 막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제정 (63년6월), 전체사학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했다.
사립학교법의 주요내용은▲학교법인의 임원취임파 교장의 임면에는 감독청의 숭인을 받아야하고 감독청은 이를 최소 할 수도 있다.▲학교 법인의 이사장은 학교장을 겸할 수 없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학의 자주성과 자율성상실로 창의성이 취축될 것을 우려, 1년뒤인 64년 이법의 개정안을 국회에 넘겼다.
개정안의 내용은 사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 하는것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률은 학교법인의 임원과 학교장의 승인취소 조항을 완화 하기로한 것과는 정반대로 강화 하는것이었다. 하룻밤새에 「완화」가「강화」로 돌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그 이유를 사학의 학생정원 초과모집·무질서한 학원운영 및 일부사학의 재단분규등으로 지적됐다.
정원 초과모집은 전입생의 찬조금과 함께 과거 일부 사학, 특히 사립대학의 주요부정 수입원이기도 했지만, 사립학교법개정 직전의 경우는 일부 사립대학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64학년도 새학기를맞아 추진중이던 등록금인상계획이 좌절되자 일제히 30% 안팎에서 정원을 초과 모집했던 것. 또 일부사학에서는 학사학위증을 금품으로 거래하는 일까지 비일비재 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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