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달 말 오바마 방한 맞춰 '캘린더성 도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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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역에 100여 발의 포탄을 쏜 데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원산 앞바다 일대에 ‘선박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항행금지구역 설정은 미사일이나 로켓 발사 시험을 앞두고 민간 선박의 안전을 위해 해당 해역에 진입하지 않도록 사전에 막는 조치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국제해사(海事)기구에는 이런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채 내부적으로만 이 같은 조치를 알렸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자국 선박을 보호하면서 동해안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500㎞)이나 노동 탄도미사일(사거리 1300㎞)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군 당국은 동해안 일대에서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와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무기들의 움직임도 포착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평양 북부 숙천에서 중거리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 미사일은 650여㎞를 날아갔다. 동해 미사일·로켓 발사, 서해 NLL 포격 도발에 이어 다시 동해로 긴장 수역을 바꾸고 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으로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합참 당국자는 “북한이 한번 사용했던 전술은 되풀이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동·서해로 관심을 모아 놓은 뒤 육상의 휴전선 일대에서 아군 초소를 공격하는 시나리오도 예상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북한 전방 부대가 지난 동계훈련 동안 우리 군이 지키고 있는 전방경계 초소 등을 공격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중순 이후 평양 미림비행장 인근의 훈련장에 야포와 방사포, 미사일 등의 공격 장비를 집결시키고 있다. 이 또한 동·서해로 끝나지 않고 대규모 무력 시위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흔적이 남지 않고, 증명이 쉽지 않은 사이버 공격도 도발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이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춘 ‘캘린더성 도발’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출범 이후 새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회의(9일, 우리의 정기국회), 김일성 생일(15일),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북한 내부 행사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내부의 결속을 위해서라도 무력 시위를 벌이려 할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국방부 고위 인사는 “북한은 그동안에는 한국과 일본에 위협적인 무기를 사용했지만 이제 미국을 겨냥한 무기를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은 사거리 2800㎞ 이상의 중장거리 미사일인 KN-08 발사, 이미 위협을 가한 4차 핵실험 등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빨라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북한의 3차 핵실험(2월), 개성공단 폐쇄(4월) 등의 도발 이후 한·미·중 3국이 5~6월 연쇄적으로 정상회담을 한 걸 감안하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3국이 북한의 핵 개발이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을 압박한 것처럼 올해도 한·미·중의 강도 높은 목소리와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방한할 계획이지만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용수·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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