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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소통 … 10년 묵은 체증 뚫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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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의 잘못된 교통체계가 올 들어 하나 둘 고쳐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10여 년 된 서문시장 주차장 앞 도로다.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동산병원 앞에서 교차로 두 곳을 더 지나 U턴하거나, 맞은편 차선에서 중앙선을 잽싸게 넘어가는 불법을 저질러야 했다. 주차장에서 시장을 나갈 때도 우측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중앙선을 불법으로 넘어야 했다. 이 때문에 서문시장 주차장 일대는 상습 정체구간이 됐다.

 상인들은 해결 방법을 알고 있었다. 주차장 앞 중앙선을 15m쯤 절선해 좌우측 모두 진출입시키면 불법도 막고, 교통량도 양쪽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원을 넣어도 누구 하나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경찰관 10여 명이 오더니, 중앙선을 ‘뚝’ 자르고 갔다. 식용유 판매상인 강모(39)씨는 “속이 다 시원하다. 이제 차량이 엉키는 모습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선 것이다.

 40년 된 성서공단의 불법주차도 고질병 중 하나였다. 공장 2800여 곳이 밀집한 성서공단은 편도 2차로(성서주공1단지~대구환경공단 3㎞) 양쪽 도로변에 트럭·승용차가 항상 주차돼 있다. 공단을 찾는 화물차량은 차선 폭이 좁아 중앙선을 넘어 지나가야 하고, 출·퇴근 땐 이 일대 도로가 주차장처럼 혼잡했다.

 지난달 전체 폭이 13m인 이 오래된 편도 2차로 도로(왕복 4차로)가 싹 지워졌다. 그러곤 양쪽 가장자리에 폭 2m의 노상주차장 2곳이 새로 만들어졌다. 남은 9m 공간에 폭 3m짜리 편도 1차로 도로(왕복 2차로·폭 6m)를 만들고, 마지막 남은 3m 공간은 각각 폭 1.5m 너비의 2개 차로를 새로 만들었다. 그랬더니 상습정체, 중앙선 침범 등이 사라졌다.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신천대로는 자동차전용도로다. 평균 시속은 51.5㎞. 그러나 지난 1월까지도 시속 39.8㎞였다. 지난 2월 16명의 경찰관이 상동교·수성교 등 신천대로 진입로에 나타났다. 그러곤 집중적으로 꼬리물기를 단속했다. 그러길 일주일. 신천대로의 차량 속도가 이렇게 빨라졌다. 꼬리를 물고 신천대로로 진입하는 차량을 줄여 전체 도로의 교통흐름을 바로잡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올 들어 신호등 주기(週期)를 바꾸고 횡단보도를 새로 만드는 등 바로잡은 교통체계만 718건이다.

 교통 개선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황성찬(53) 대구경찰청장이 있었다.

 - 이 프로젝트는 계속되나.

 “지금도 찾고 있다. 그래서 각 경찰서에 별도 신고처(053-764-5016)를 만들었다. 시민들이 제보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

 - 교통 문제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데.

 “올 1월 시민 300여 명과 간담회를 했다. 그 자리에서 ‘교통 불편이 피부에 와 닿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하더라. 그걸 받아들였다.”

 - 앞으로 계획은.

 “이제 ‘교통안전’을 집중으로 다룰까 한다. 모든 택시를 대상으로 밤 시간 손님이 내리면 전조등을 밝히는 캠페인을 하고 안전벨트, 신호위반도 집중 단속할 생각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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