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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주민등록증 갱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주민등록증 갱신 발급업무가 당초에 무리하게 짧게 잡은 발급기간, 지나치게 벅찬 업무량과 달리는 일손, 그리고 비능률적인 집무자세 때문에 아직도 부진한 실정에 있다한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마감날인 3월말을 2주일 앞둔 17일 현재 전국적으로는 84·2%만이 새 주민증을 받았을 뿐 15·8%인 약 3백만명이 아직 교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무부는 처음 주민등록증 갱신 발급업무를 75년9월22일부터 12월20일까지의 3개월 동안에 끝내기로 하여 그동안 다른 사무를 제쳐놓다시피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러나 발급업무에 큰 차질이 생겨 3월31일까지 3개월이나 연기했는데도 발급실적은 여전히 신통치 않아 부산의 경우는 69·5%에 불과하다니 다시 한번 연기조치가 불가피할 듯하다.
주민증 발급업무의 이 같은 지연으로 말미암아 4월1일부터 펴기로 한 주민등록 기피자· 2중 등록자·미 소지자·무단전출입자 등에 대한 일제 단속에 근본적인 차질이 오게된 것은 물론 발급신청을 끝내고서도 몇 달 째 새 주민증을 교부 받지 못한 시민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증 발급 신청을 위해 시민들은 증명사진을 찍고, 복잡한 인적사항을 골고루 기재한 신청서를 제출하는데 따른 번거로움을 순순히 겪었다. 그리고 지정된 날에 바쁜 직장을 비우고 급한 가사도 뒤로 미루면서까지 동회에 나가 줄을 서서 혼잡 속에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었다.
그리고서도 마감시간이 지났을 때는 몇 차례나 다시 가야했고, 동직원들의 퉁명스런 응대를 참고 이해하면서 10지문 채취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시민들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까지 느끼면서도 주민증 갱신 발급업무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자신들의 매일 매일의 생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국가적인 사업에 적극 협조하려는 시민적 미덕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시민생활과 직결된 업무를 취급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서 각종 공과금을 일거에 징수하려 하거나 아니면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두 번 세 번 헛걸음을 치게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호적과 발급신청서 기재내용이 틀려 재조회를 해야하는 경우에도 갑자를, 용자로 썼거나 아니면 숫자인 1자를 7자 또는 6자로 잘못 쓴 경우 등 「미스」의 원인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중 삼중의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에다 서울의 경우 경신발급 업무와 함께 인구조사·재산세·오물수거료 징수·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공부정리와 일상업무인 인감증명·주민등록초본 발급·전출입처리 등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야하는 어려움이 겹쳐있다. 특히 3월에는 적십자회비 납기·주민세균 등할납기로 업무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주민등록증 경신업무를 통상 업무와 관련시키거나 또는 장발단속 문제까지를 여기에 곁들여 발급업무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엄중히 문책돼야 마땅하다. 이는 분명히 그 같은 행위를 금한 상부의 지시를 거역한 행위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토요일 일요일에도 상오 9시부터 하오 6시까지(서울시는 8시까지) 힘겨운 발급사무를 봐야 하는데서 오는 정신적 긴장과 육체적 피로에서 짜증이 날 것이요, 서정쇄신작업으로 급행료 등이 없어져 근무의욕이 줄고 사기가 저하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직원의 이직방지와 민폐근절을 위해 75년부터 창구수당 5천원과 제수당을 조정하여 타부서보다 7천원을 더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 사무의 능률화·기계화를 위해 자동전자복사기·전자계산기가 대부분의 동에 보급된 실정이 아닌가. 주민증 경신 발급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은 모름지기 안이하고 고식적인 근무태도를 지양, 주민증 경신 발급업무에 더 이상의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힘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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