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대폭 중어들 일선공무원|「읍·면 사무간소화 지침」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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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무부가 최근 전국각시·도에 시달한「읍·면사무 간소화 지침」은 일선행정기관에서 취급해야하는 각종보고·지시문서와 통계장부 등을 과감하게 줄여 일선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보고문서는 현행보다 20%, 지시문서는 50%선까지 줄이고 각종 회의와 출강업무도 현재의 50%로 줄인다는 것이다.
또 통계는 지방행정에 관한 기본통계를 최소한으로 지정, 이를「카드」화 하도록 돼 있다.
일선행정기관의 업무간소화는 오래 전부터 필요성이 논의돼 왔으나 이에 뒤 따라야하는 기본장비의 미비와 문서위주의 재래식 행정타성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었다.
내무부는 이 작업에 앞서 서울대학교부설 행정조사연구소 (소장 박동서·서울대행정대학원장) 에 의뢰, 경북·충북·충남·전북 등 4개도중 지역 특성이 뚜렷한 16개 읍·면의 이장·주민·공무원 등 6백여명을 장대로 이른바「문서행정」의 실태를 표본조사 했었다.
표본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선행정기관에서 보고하는 보고업무 가운데 ▲불필요한것이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47종 ▲지시 자체가 모호하거나 행정능력상 정학한 보고가 불가능한데도 적당히 보고되는 것이 74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었다 (중앙일보 75년9월21일 일부지역 22일자 1면 보도).
불필요하다고 인정된 업무가운데는 역점시책 견문보고등 일반문서 24종, 논두렁 풀베기 지도 등 대민지도업무 10종, 납기전 호별방문 등 징수업무 13종이 지적됐다.
또 정확한 보고가 어려운 업무 가운데는 식목에 대한 활동을 조사보고 등 농산사무통계 33종, 쥐잡기사업추진실적보고 등 사업추진보고 16종, 야생조수피해상황보고등 각종피해통계 13종, 교육효과보고 등교육실적보고 12종으로 돼 있다.
이 조사에서는 각종 지시및 보고가 혼란을 빚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종합지시및 종합보고제도마저 당초의 의도대로 승복되는 지시 및 보고를 폐지하지 않은채 일부는 그대로 행해지고 있어 도리어 폐단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보고를 기초로 정책이 결정돼 실현성이 없은 계획 등이 일선에 시달되고 이 때문에 일선공무원들은 상급기관의 행정지시 자체를 불신하고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면서 주민들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계보고는 통계전문가가 아닌 읍·면직원들이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데다 시간과 인력부족으로 사실과 다른 보고가 이루어진다는 것. 각종 피해통계도 보상을 의식, 과장하는 경향이 관례처럼 돼왔다는 것이다.
보고업무가 정학하지 못한 원인의 하나로는 중앙의 정책결점이 신중하지 못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사후에 변경하거나 추가 지시하는 등의 사례와 주민참여 결여로 지역적 특수성과 여건이 그리되지 못한 것도 지적됐다.
그동안 일선 읍·면에서 1년간 처리해온 문서량은 민원문서 1만7천3배45건, 일반문서 6천3백56건 등 2만3천7백1건. 읍·면 공무원 한사람이 평균 1천35건이라는 문서의 홍수 속에서 허덕여온 셈이다.
중앙에서 1건의 보고지시문서를 시달하는 전국적으로 파생되는 문서량은 4만8천40건(전국이·동까지 시달되는 경우) 이 되고 이 문서를 처리하는데는 연인원 4백6명과 1백38만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선 공무원들은 문서처리업무 외에도 회의·출장 등으로 하루평균 7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이들 시간을 합치면 일선공무원들의 하루평균 근무시간은 11시간에 이르는 실정.
정부는 해마다 행정간소화 시책을 내걸었지만 내무부에 따르면 각종 문서량은 해마다 줄어들기는커녕 도리어 연 10%씩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관계자들은 형식적인 간소화 지시보다 공무원들이 문서위주의 관료주의적 타성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만 행정 간소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금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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