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수준의 사회적 합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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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른 번째의 노동절을 성대히 끝마쳤지만, 이 날을 제정한 뜻은 하루의 행사로써 충족될 수는 없다.
우리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생활향상과 복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크게는 국가안보와 경제건설을 위해 남달리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근로자들의 처지는 그들의 기여에 비해 충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의 근로자들은 그 총수의 66%가 생계비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형편이며, 개중에는 심지어 한달 1만원정도의 저임금 지대까지 있다는 것이다. 뿐더러 근로자의 5%는 연간8일 이상 휴업을 요하는 산재를 입는 조건 나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부 그늘진 현실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대책이야말로, 노동정책 당국뿐 아니라 전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경제발전에 맞추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경제개발의 초기단계에선 경제의 추진력이 될 자본의 축적을 위해 어느 정도 사회적 합리성의 희생이 블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상태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국민 1인당 연간소득이 5백「달러」가 넘어 섰다면 우리 나라에서도 경제적 합리성 못지 않게 사회적 합리성을 중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구석이 너무도 많이 눈에 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대체로 이러한 현실은 세 가지 방향에서 그 원인과 대책이 검토되어야 할 줄 안다.
우선 정책의 문제다. 정부가 노동문제를 사회안정과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기본문제로 보는 정책자세를 갖춰야겠다. 연두순시에서 박대통령도 노동자의 저임금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시정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노동임금의 개선에 대한 정부의 정책노력이 신장된 것은 사실이나, 그 발현은 아직 미흡하다 아니할 수 없다. 우선 당국의 관심은 평균이하의 임금에만 쓸려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저임금의 문제는 평균임금이란 고식적 테두리를 벗어나 생활급의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생활급이 되지 못하는 평균임금이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미봉일 뿐이다.
정부의 정책노력의 개선과 함께 요구되는 것이 기업가의 올바른 임금관의 확립이다.
아직도 일부의 기업인중에는 저임금을 통해 자본축적의 극대화를 꾀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임금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이제 마땅히 혁파되어야 한다. 임금과 노동생산성은 비례하는 것인 만큼 기업인들은 생활급의 지급을 통한 노동생산성의 제고 및 경영개선으로 자본축적의 증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자각과 근면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기개선을 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기술의 연마와 노동질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환경의 개선이란 불가능하다. 노동단체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자구권이 제한되어 있다해서 스스로의 노력을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노동의 여러 문제를 발굴·연구·제기하여 노동자의 권익향상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책임을 다해야할 것이다. 노사가 공존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세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노력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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