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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데칸」고원의 소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도에는 소의 숫자가 5억이 넘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된다고 하니 『소의 나라』라고 할만하다. 문헌에도 정확한 숫자가 나와있지 않아서 잘 알 수는 없었으나 지금까지 여행하는 동안 거의 어디서나 수많은 소떼를 볼 수 있었다.
「데칸」 고원에서 보는 소들은 더욱 성우다왔다. 「이디오피아」 「시바」왕의 넋이 깃들인 「아비시니아」고원이 회고적인 「이미지」를 자아내듯이 「데칸」고원도 고대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어서 여기 사는 소들은 더욱 성화된 것인지.
목장도 없이 자유스럽게 떼를 지어 다니는 소들을 보니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가 바로 이 『소의 나라』에서 실현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여러 곳을 다니며 소들을 보았지만 저희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지못했다. 이 「데칸」고원에서도 사람의 지배를 받지 않는 소들이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다. 교미를 하는 장면을 많이 보았는데 이들은 「엘롄·케이」 못지 않은 자유연애결혼사상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결코 「스웨덴」의 「프리·섹스」 같이 음탕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성우사상을 받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데칸」 고원에선, 호랑이며 코끼리를 보지는 못했으나 여기 사는 사람들은 호랑이를 막기 위하여 참대나 나뭇가지 같은 것으로 높이 울타리를 치고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이 「정글」에 사는 코끼리의 구애가 매우 볼만하다고 말해주었다. 암내난 코끼리가 수컷에「프로포즈」를 하는 것이 예사인데 적당한 거리에서 힘있게 달려가 수코끼리에 쾅하고 부딪친다는 것이다.
서해안의 현관인 「봄베이」에 가까운 어떤 마을에 들렀다. 이 지역에서는 조장을 하는 풍문이 있다기에 알아보기로 했다. 서해안 일대에는 배화교를 믿는 「마지」족이 몇만명이 살고있는데 이들은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자연에 돌려보낸다는 사상을 지니고 있어서 들에다 시체를 놓아두고 독수리들에게 살을 뜯기게 하고 뼈는 그대로 햇볕에 쬐게 한다는 것이다.
시인 「보들레르」가 『유언』이란 시에서 자기는 땅에 묻히지 않고 살을 쪼아먹이게 하겠다고 노래한 것도 어쩌면 이런 오장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를 쏘다니며 여러 가지 장례법을 보아왔지만 형식은 「디베트」의 오장과도 같은 이 배화교의 독특한 장례를 꼭 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다니며 「파시」족인 배화교주들을 만나보았다.
장례식을 지내는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떤 사람은 나를 무슨 사신으로 생각하는지 물끄그러미 보며 『볼 것도 많은데 왜 하필 그런 것을 보느냐』고 반문했다. 나는 이 조장을 꼭 보아야겠기에 『조장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장례법이어서 이것을 보기 위하여 인도를 찾아왔다』고 했더니 그는 『그럼 누가 죽은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하며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이것은 참으로 야릇한 요구며 응답이 아닐 수 없다.
얼마 뒤 그는 고맙게도 『여기저기 알아보았는데 앓는 늙은이는 있으나 죽은 사람은 없다』고 알려주었다. 과연 자연으로 모든 것을 돌린다는 배화교의 신도다운 우정이었다. 그는 「봄베이」에는 「페르샤」에서 왔다는 이 「파시」족의 배화교도들이 7만 내지 8만명이 사는데 이 배화교도들은 「봄베이」에 있는 그들의 조장의 장소인 「침묵의 탑」에서 장례를 지내므로 거기 가서 보라고 한다.
내가 10여년 전에 「봄베이」에 갔을 때 이 「침묵의 탑」에 들여보내지 않아서 못 보았지만 이번에는 이 고마운 배화교도의 권유대로 꼭 보기로 했다.
이 「파시」족인 배화교도와 헤어지고 「봄베이」에 이르렀는데 그전에 사귄 이곳 친구들을 찾아가서 여장을 풀고 싶었으나 무거운 「룩색」을 지고 먼저 배화교의 조장장인 「침묵의 탑」을 찾았다.
그러나 죽은 사람이 없어 조장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이 「침묵의 탑」에서 일보는 사람은 『당신이 그처럼 보고 싶어하니 자기로서는 여기서 조장을 할 때 어떻게 편리를 보게 하고 싶습니다』고 하면서 배화교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었다.
이 배화교에는 인도의 「바라몬」교와 「페르샤」의 「조로아스터」교의 두 파가 있는데 서해안에 사는 배화교도들은 「조로아스터」교파라고 한다. 이날은 조장하는 사람이 없어 보지 못했으나 다음날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그전에 사귀었던 이 나라 친구를 찾았다. 온 가족이 반기었다. 이번 인도여행은 이 나라 사람들의 우정으로 무사히 끝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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