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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뇌물사건 이렇게 들춰졌다|미상원조사위 부정추적의 내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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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국연기업의 뇌물사건이 폭로된 것은「워더게이트」사건의 부산물이다.
「워터게이트」사건의 수사를 맡은「콕스」검사는 73년7월 대기업들에 72년 대통령선거 중에「닉슨」전대통령에게 준 정치자금의 내용을 상세히 보고하도록 요청했다.
「걸프」석유회사는 60년에서 73년7월까지 1천30만「달러」를 정치목적을 위해서 지출했고, 그 중에서 5백만「달러」는 외국사람에게 지출했다고 실토했다. 미국은 사회가 다양하여내부의 밀고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협의를 잡히는 날에는 어두운 구석을 감출 수가 없게 되어있다.
「걸프」사의 실토를 보고 연방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국세청(IRS)이 별도의 수사에 나선 것은 물론이다.
「노드럽」항공회사도 「닉슨」재선을 돕기 위해서 수수료로 외국사람에게 지불한 돈을 되돌려와서 기부하는 묘한 방법을 통해서 선거자금을 제공했노라고 보고했다.
「노드럽」사는 항공기판매의 경쟁상대자인 「록히드」사까지 걸고 들어갔다. 「노드럽」 사는 자기들이 「유럽」의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주거나 고객들을 개척하는데 필요한 뇌물을 주기 위해서 「경제개발회사」라는 중간회사를 설립했는데 그것은 바로 「록히드」사로부터 배운 수법이라고 「노드럽」사는 주장했다.
결국 「록히드」는 지난 15년동안 일본에 8억「달러」어치의 전투기를 팔고 도합 1천2백60만「달러」를 「고다마·요시오」(아토반사부), 「마루베니」(구홍)와 ID광고회사에 지불한 사실을 밝히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엑슨」 「스탠더드」 「모빌」 등 굴지의 석유회사의 뇌물공세도 줄줄이 터졌다.
역사는 때때로 책 한권이 큰일을 촉발시키는 예가 많다. 「프랭크·처치」를 위원장으로 하는 상원외교위다국적조사소위의 뇌물사건수사도 그 배후에는 한 권의 책이 있다.
「워싱턴」의 「정치연구소」소장 「리처드·버니트」와 「아메리카」대학교수 「로널드·뮬러」가 같이 저술한 「글로벌·터치」(범세계적 촉수)라는 책을 읽은 「처치」와 「사이밍턴」 두 상원의원은 크게 감명을 받고 있던차 사건이 터졌다.
이 책은 다국적기업이 결국 시장경제를 종말로 몰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모든 상품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생산에서 산매까지를 독점하는 다국적 대기업의 독단으로 결정된다고 경고했다.
「사이밍턴」은 청문회 중인들에게 이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고 읽지 않았다고 하면 일독을 권했다. 「버니트」와 「뮬러」도 증인으로 초빙됐다.
「록히드」의 「호든」회장은 뇌물제공은 국제경쟁에서 다반사라고 전제하고는 6만명의 종업원과 6만5천명의 주주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뇌물을 「필요악」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리고 증인들은 한결같이 자기들이 진출하고 있는 나라의 관리들이 부패했기 때문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투로 변명, 질문하는 상원의원들의 핀잔을 받기도 했다.
「노드럽」회사의「토머스·존즈」사장은 책임문제에서는 틈이 보이는 대로 발뺌을 시도했다.
「존즈」사장은 최근 「칠레」에 4천1백20만「달러」어치의 F-5「제트」기를 수출한 「노드럽」회사가 1백20만「달러」를 「커미션」으로 지불한 사실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만한 액수의 지출을 사장이 모른다는 말인가』고 「처치」상원의원이 추궁하자 「노드럽」회사처럼 규모가 크고 경영이 다양화되면 결정은 중역진에서 한다고 대꾸했다.
그러나 아무리 변명하고 발뺌해도 소용이 없다. 뇌물의 영수증까지 조사위는 입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수증은 회사의 최고수뇌부가 상대방의 수뇌부에서 「사내용」이라고 해서 받은 것이다. 그 영수증에 관해 아는 사람은 주고받은 양측을 합해 수3명에 불과할터인데도 의회의 조사위 손에 들어가 있다. 더욱이 조사위엔 강제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상원조사위의 이 놀라운 솜씨의 이면사연에 대해선 미국의 신문들도 손을 들판이다.「록히드」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미국의 기자들은 이에 관해 대충 이렇게 얘기하고있다.
『미국의 유능한 의원은 놀라운 정보망을 갖고 있다. 또 미국사람들은 의회증언의 권위를퍽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선서한 증언이 허위일 때는 처벌)뇌물을 준 사실을 알고 추궁하면 그에 관해 하나에서 열까지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다.
물론 조사위가 단서를 잡기까지에도 곡절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은 정치적 이해와 작용, 경쟁사의 제보, 사내정보의 보도 등등…. 그러나 「록히드」사건에서 어느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알아낼 재간이 없다. 어쩌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뇌물영수증이 든 봉투를 「로스앤젤레스」지사로부터 받은 「록히드」본사에서는 마침 상원으로 보내는 봉투와 혼동해 한 직원이 이 영수증이 들어있는 봉투를 잘못 상원에 보낸 것이 중요한 발단이 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그 설의 진부나 확실한 근거는 미국신문들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우편물이 잘못 상원에 배달된 것은 사실인 것 같으나 보낸쪽에서는 실수였는지 다른 복잡한 사연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일반론으로 말해 다국적기업의 뇌물사건이 터진 배경은 「워터게이트」사건과 관련된 정치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다국적기업소위원회의 조사동기까지 정치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노드럽」이나 「록히드」가 수출하는 군용기나 다른 무기는 미국정부가 우방에 제공하는 군사차관에 의한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군사차관에 의한 판매는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커미션」이나 대리인 수수료까지 미국방성의 승인을 받게 되어있다.
과당경쟁으로 뇌물공세가 성행하고 미국방성의 감시의 눈이 소용없게 되면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 다국적기업소위의 걱정이라는 설명이다. 【워싱턴=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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