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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 왜 휘청거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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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적지 않은 지방공기업들이 적자경영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자본금까지 날리고 문을 닫게 되는 이유는 비(非)전문경영인에 의한 방만한 운영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꼽힌다.

1996년 출범한 뒤 7년 만에 자본금(36억원)을 모두 날리고 1억2천만원의 빚까지 걸머진 전북무역이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5명의 사장이 거쳐갔지만 전문경영인은 2명뿐이었다. 그나마 이들의 재직기간은 10개월에 불과했다.

이 회사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회사 주 업무인 수출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이 사장이다 보니 도청에 대한 보고 등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중요한 수익모델 발굴 등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거의 낙하산 인사로 임명돼 직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광주시는 지난해 6월 광주시도시공사 사장으로 시의회 의장을 지낸 이춘범씨를 임명했다가 노조의 저항에 시달렸다. 李사장은 결국 ▶향후 낙하산 인사가 있을 경우 사장과 이사가 사퇴하고▶관리장이나 팀장급 간부들은 6개월 이상 한자리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순환보직제를 시행한다는 약속을 노조와 하게 됐다. 인사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북신보 설균태 이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 이사회 승인 없이 4천5백만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관사로 계약하고 3천만원짜리 고급 차량까지 구입했다. 또 연료비로 보름 사이 무려 90여만원을 사용해 실태조사를 나온 도의원들을 놀라게 했었다.

천안 중부물류센터 유종준(구속)전 대표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타락까지 치달았다. 회사공금이나 매장 물건을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회사로 빼돌리고, 회사 돈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기도 했다.

또 회사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사외이사는 영업이 기대에 못미치자 회사측에 집기류를 비싼 가격에 인수시키고 이것도 부족했는지 영업손실금 명목의 돈까지 받아냈다.

행자부 정송 공기업과장은 "자율권 확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뿌리뽑기 위해 경영자가 성과에 책임을 지는 운영상의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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