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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 200조 펀드 시대] 下. 펀드 대중화시대 활짝 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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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국 펀드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국내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입을 모은다. 기업연금제도의 도입과 인구 고령화 추세, 계속되는 저금리 등을 감안하면 시중 자금이 결국 펀드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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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에게 '실적배당형'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 이들이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운용사와 판매사 사이의 불균형 개선▶운용인력의 전문성 높이기▶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장기적인 발전 과제로 꼽았다.

◆ 펀드 투자 '위험'알려라=지난해 한 은행을 찾은 펀드매니저 A씨는 깜짝 놀랐다. 창구 직원이 "주식형 펀드이지만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절대로 손실을 보지 않는다"며 투자를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신뢰를 잃게 되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적립식 붐을 타고 펀드 시장에 들어온 개인 투자자 중 상당수는 보수적인 성향의 '새내기'투자자들이다. 증시의 상승흐름에 편승해 수익률만 부각시키는 마케팅에 주력하다가는 나중에 시장이 가라앉으면 큰 휴유증을 남길 수 있다. 과거 바이코리아 펀드가 그랬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커지면서 판매직원과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조철희 랜드마크투신 상품개발부장은 "판매사 직원 때 원금손실 위험 등을 제대로 알려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펀드 관련 전문가(웰스매니지먼트 컨설턴트) 제도를 도입했고, 미래에셋은 국내 최초로 펀드 상담 콜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감독당국도 '묻지마'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조국환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총괄팀장은 "최근 적립식 펀드를 팔고 있는 50여 금융회사에 '이 상품이 실적 상품이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객에 반드시 고지하도록 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 상품은 많은데 선택폭 좁아=한 운용사의 상품담당 팀장 B씨는 최근 사장실로 호출됐다. 사장은 경쟁 운용사에서 새로운 상품을 내놨다는 신문 기사를 보이며 "이렇게 좋은 상품을 왜 안 만드냐. 다음주에 똑같은 상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B씨는 "한국 펀드시장이 워낙 유행을 타다보니 남의 상품 베끼기에 바빠 운용사 고유의 색깔있는 상품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한국의 펀드 수는 6058개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시장 규모가 60배인 미국의 펀드수가 8000여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선택의 폭은 좁다. 운용사들이 인기있는 펀드를 시리즈로 내놓고, 유행에 따라 이름만 바꾼 신상품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도이치증권의 신용일 사장은 "운용사들이 유행따라 신상품 내놓기에만 신경을 쓰면 고객들에게 좋은 운용성과를 돌려주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신운용의 김범석 사장은 "회사마다 '미투(Me too) 상품'이 아닌 고유의 운용철학에 맞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 부동산.선박 등 실물부문까지 투자 대상이 넓어졌지만, 더욱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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