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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의 조용한 혁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나라 고등교육의 판도 안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진「조용한 혁명」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재수생의 문제, 엄청난 교육비부담의 문제, 교육의 질적 향상을 에워싼 문제, 고등교육기관의 지나친 서울 집중현상 등등 이 나라 대학교육이 안고 있는 허다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소리 없는 가운데 26일 올해 세 번째의 졸업생 2천8백25명을 낸 한국방송통신대학(서울대부설)의 경우가 바로 그 것이다.
가정·경영·농학·초등교육·행정학 등 5개학과의 초급대학과정인 이 대학입학에는 고교졸업자격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는 따로 아무런 조건이 없다. 지역적 안배를 고려한「컴퓨터」추첨으로 입학을 결정하기 때문에 번잡한 입시를 치를 필요가 없을 뿐 더러 1년 4주간의 출석지도를 받는 것 외에는 통학도 필요 없다. 교재 대를 포함해서 1년간의 수강료가 고작 2만원내외인데다가 연령의 고하나 직업의 유무가 문제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 대학이 일반대학 못지 않게 질적으로 높은 교육을 성공적으로 실시했음은 그동안 3차에 걸친 대학3년 과정 편입자격 국가고시에서 무려 24·6%(일반초대는 10·4%)의 합격률을 낸 것으로도 짐작할 만 하다.
한마디로 이 방송통신대학은 이 나라 대학교육문제의 해결방향에 대하여 중대한 시사를 던져주면서, 한국교육사 전체에 조용한 혁명의 물결을 일게 했다해도 결코 과찬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따로 독자적인 교사, 독자적인 「스튜디오」시설조차 마련되지 않았으며, 1명의 전임교수의 배치조차 없었던 이 대학이 그동안 이 만한 교육적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 대학의 운영당사자들의 희생적 봉사심과 수강자들의 높은 향학열의 소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발족 4년째를 맞는 이 대학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적, 즉 『경제 및 기타 사정으로 정규대학에 진학치 못한 성인 등에 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교육수준을 높이고자』한다면 이 정도의 소성에 만족하고 있을 계제는 절대로 아닐 것이다.
첫째로 이 대학은 문호를 좀더 넓게 개방하여 문자 그대로「오픈·유니버시티」의 이상에 접근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 대학보다 1년 앞서 발족한 영국의「오픈·유니버시티」가 그러하듯 대담하게 고교졸업자라는 입학자격부터 폐지하고 설치학과와 이수과정을 보다 폭넓게 설치함으로써 누구든지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할 능력만 가졌다면 박사학위과정까지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생애 교육적 장기발전계획을 세워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입학을 위해서는 특별한 공부가 필요 없으나 졸업을 위해서는 어느 교육기관보다도 더 철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교육시설과 교육과정운영을 통해서 관철할 수 있는 배려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비단 중파뿐만 아니라 FM방송·단파「라디오」방송의 활용은 물론·의당 독자적인 TV 「프로그램」제작과 방영이 있어야할 것이며, 교수방법과 방송「미디어」의 교육적 효과를 최고도로 앙양하기 위한 전문요원의 확보·배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획기적 조치는 지금까지와 같은 수강료 수입 범위 안에서 쩨쩨하게 그럭저럭 운영해오던 현재의 운영체제를 가지고서는 도저히 성산이 없는 일이라 하겠다. 재수생문제를 비롯, 우리 나라 고등교육이 안고 있는 허다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패기와 원대한 「비전」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 있는 일반정규대학 못지 않게 충분한 전임교직원의 배치와 충실한 재정, 그리고 방송통신대학용으로 특히 개발된 교육기재와 가정실험실습기구의 대여제도 등 선구적인 시도를 단행한 영국의 모범을 외면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자유세계 전체를 통해 두 번째 모험적인 시도를 제도화한 우리 나라 한국방송통신대학의 획기적인 개혁을 기대하고, 주목하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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