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갤럭시S5가 19만원? 낚시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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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직장인 황모(38)씨는 오래 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해 주요 휴대전화 공동구매 사이트를 둘러보다 눈이 번쩍 띄는 글을 발견했다. 출고가 86만6800원인 ‘따끈한’ 신상품 ‘갤럭시S5’를 19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이트에선 SK텔레콤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영업정지 전 마지막 정책” “3·27 대란입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고객을 끌어들였다. 황씨는 “문구가 솔깃했지만, 출시된 지 하루도 안 된 상품을 이렇게 싼 가격에 내놓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황씨가 나중에 다시 들어가보니 해당 사이트는 갑자기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한 스마트폰 공동구매 사이트에 등장한 ‘갤럭시S5’를 19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 그러나 이는 고객이 약정가입 시 받을 수 있는 약정할인 금액을 ‘보조금’으로 호도한 낚시성 광고였다. [뉴스1]

 편법 보조금 지급으로 위장한 휴대전화 사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정지 기간을 맞아 영업난에 시달리는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변칙적인 광고를 선보이며 단말기 가격 구조를 잘 모르는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S5의 출시일이었던 27일 주요 포털에서는 ‘19만원 갤럭시S5’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휩쓸었다. 광고대로라면 법정 보조금 한도(27만원)보다 40만원 이상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당연히 깎아주는 요금할인을 단말기 보조금처럼 속인 ‘낚시성’ 광고였다. SKT는 ‘69요금제’(월 6만9000원)로 24개월 약정가입하면 월 1만7500원씩 총 42만원의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는데, 이를 보조금과 합산해 마치 단말기 구매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속인 것이다.

 이에 SKT는 이례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SKT의 서비스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표시광고법·부정경쟁방지법·상표법 등 위반 혐의로 해당 사이트를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SKT 관계자는 “갤럭시S5에는 법정 보조금 이상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선의의 고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빠르게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 단말기를 고가에 사들인다는 미끼로 고객을 유혹하기도 한다.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가져오면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방식이다. 이들이 내걸고 있는 중고폰 매입가격은 갤럭시S3는 35만원대, 아이폰4S는 47만원대, 갤럭시노트2는 40만원대다. 기존 중고폰 시세의 두 배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약정할인 받는 금액을 마치 중고폰 가격을 더 쳐주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경우다. 예컨대 아이폰 4S를 반납하면 출고가 107만원짜리 ‘갤럭시 노트3’를 33만원에 팔겠다고 하지만, 이는 합법 보조금(최고 27만원)과 중고폰 가격(25만~30만원)에 약정 할인금액을 추가로 차감한 액수다.

 심지어 구형 휴대전화 배터리와 이어폰을 무조건 25만원으로 쳐서 보상해주겠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개통 몇 개월 뒤 페이백으로 현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페이백은 우선 정상가격에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불법 보조금을 나중에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통사와는 관계없는 약속이기 때문에 판매자가 약속한 금액을 주지 않아도 이통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 결국 사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이통 시장에 ‘꼼수’가 남발되는 것은 이통 3사의 영업정지로 번호이동 시장이 급랭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영업정지가 시작된 14일부터 28일까지 일평균 번호이동은 5400여 건으로 3~12일 평균(3만8000여 건)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줄어들자 일부 판매점에서 허위 광고를 통해 호객 행위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통사에서도 점검을 하지만 고객들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의 편법 마케팅에 낚이지 않으려면 소비자 스스로도 신경 써야 한다. 이번 ‘19만원 갤럭시S5’처럼 ‘실부담금’ 등의 명목으로 눈속임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한 수법이다. 실제로 내야 하는 단말기 가격인 ‘할부 원금’을 꼭 확인해 봐야 한다. 비싼 요금제 가입 조건도 조심해야 한다. 3만~4만원대 요금제면 충분한 사람이 보조금에 혹해 매달 7만~8만원씩 요금을 낼 경우 단말기를 제 가격에 샀을 때보다 되레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준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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