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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한국의 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도=김경철 특파원】24일 상오9시부터 일반공개에 들어간 경도국립박물관의 「한국미술5천년 전」은 관람객이 문자 그대로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다.
제1착으로 입장하려는 관람객 20여명이 새벽 일찍부터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개막 3시간만인 정오쯤에는 입장 관람객수가 1천명을 돌파했다.
개막 첫날의 관람객 가운데는 재일 교포 부녀자들이 눈에 띄게 많았고 개장「스케치」를 취재 보도하기 위한 일본 각 신문·방송 보도진들이「플래쉬」를 계속 터뜨리며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다.
「오오사까」에 사는 50∼60대의 교포부녀자 3백여명은 「한국미술5천년 전」의 첫날 관람을 위해 5대의 전세 「버스」를 내어 올라오기도 했다. 고국을 떠난 지 30∼40년씩 되는 이들 교포들의 대부분은 고국에서도 거의 보지 못했던 중요 문화재들을 보게된 것에 모두가 하나같이 기쁘다면서 감탄사를 연발.
고향인 경기도 안성을 떠나 일본에 건너온 지 40년이 됐다는 김점순 할머니(67)는『우리 문화재가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 와서 보니 신라금관과 도자기 등은 일본에서 볼 수 없는 정말 훌륭한 것들』이라고 거듭 감탄했다.
한편 관람객이 몰려들자 전시장 입구의 휴대품 보관소종사원 4명은 관람객들의 휴대품을 맡기에 진땀들을 흘리기도. 종사원들은 『이렇게 관람객이 몰려들면 주말 같은 때는 10명은 있어야 손이 모자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시장입구에 한국사단법인 문화재보호협회가 임시로 마련한 한국문화재 자료판매소의 물건들은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판매소는 실물크기의 천마총출토 금관순금도금 모조품을 전시, 45만「엥」의 정가표를 붙여놓고 관람객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안내문에는『주문하면 2개월 후 대금불입과 동시에 모조금관을 납품한다』고 쓰여 있다.
가격표들만 쳐다볼 뿐 아직은 주문자가 없지만 현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먹만한「미니·사이즈」의 모조금관(3천8백「엥」)은 개막1시간만에 10개가 팔렸다는 것.
이 밖에 천연색 사진(20㎝×30㎝)의 금관·회화·청자 등(1장2백「엥」)과 50「엥」짜리 그림엽서들은 관람객 대부분이 2장∼3장씩 사 가지고 가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전시장안에서는 문화재의 존엄성을 살리기 위해 흡연·껌 씹기·음식 먹는 것 등이 일체 금지돼있고 보도진 외에는 사진촬영도 금지.
9개 진열구역에는 구역마다 1명씩의 경비원이 배치돼 있고 정복경찰관이 수시로 순찰한다. 특히 경비원들은 정전소동에 대비키 위해「플래쉬」와「마이크」를 모두 휴대하고 있다.
삼국시대 금동 보살 반가사유상의 전시장 옆에는 일본 경도 광릉사소장의 목제 미륵보살상(일본국보1호)의 사진이 비교 전시돼 있어 이채. 같은 연대(7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두 보살상을 비교한 설명문에는 『한국의 금동제 보살상과 일본의 목제 보살상은「형제」처럼 유사하다』고 쓰여 있다.
특히 부녀자 관람객들은 2개의 신라금관과 백제 무령왕릉 출토 금제 장식품·옥장식 등의 진열대 앞에서 한동안씩 발길을 멈추고 떠날 줄을 모르는 채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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