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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해외교육 리포트] (13) 베트남 호치민시 푸미흥의 ABC, 안푸의 ISHCM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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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생활을 하는 남편을 따라 2007년 3월부터 온 가족이 베트남 호치민에 살고 있다. 1997~99년에도 산 적이 있어 우리 가족에겐 이곳이 제2의 고향처럼 친숙하다. 호치민엔 미국·영국·호주·캐나다·독일·한국·싱가폴 7개국의 13개 국제학교가 있다. 남편 회사에서 학비 75%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각각 열여섯, 열네살인 두 아들 모두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다니는 학교는 다르다. 성격에 맞는 학교를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한국이나 영·미 등 영어권 국가 대학을 보낼 생각이라 성향에 맞는 학교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큰애 학교는 푸미흥 지역 ABC(ABC International School), 작은애는 안푸지역 ISHCMC(International School Ho Chi Minh City. 이하 IS)이다. ABC는 공부량이 많고 예절을 중시하는 영국식 학교, IS는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국제학교라는 게 특징이다.

첫째 선준이가 다니는 ABC 국제학교. ABC는 호치민 국제학교 중 가장 공부 많이 시키고 규율이 엄격한 걸로 유명하다. 학업 성적이 우수해 한국 엄마들이 선호한다. 첫번째 사진 오른쪽 하단이 김선준 군.

특성 뚜렷한 각 국제학교

베트남의 상류층 사이에선 국제학교에 대한 선호가 높다. 호치민 중산층 아이들은 사립학교에 다니며, 학원이나 개인 과외같은 사교육을 받는다. 공립학교는 가장 많은 비중의 하류층이 다닌다. 공립학교는 1970년대 한국처럼 한반에 학생이 70명이나 되고 주입식 교육을 시킨다.

큰애 선준(11학년)이 다니는 ABC는 호치민 국제학교 중에서도 공부 많이 시키기로 유명하다. 영국식 13학년제로, 전교생 760명 중 한국 학생이 20%정도 된다. 영국식이라 규율이 엄격하다. 학비는 연간 1000만원대 중후반으로 비교적 싼 편이라 더 인기다. 당장 수업을 따라갈만큼 영어 실력이 있어야 입학할 수 있다. 초등 고학년만 되도 사실상 들어가기 불가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학교는 모든 초점이 공부에 맞춰 있다. 특히 중고생은 캠브리지대학이 만든 국제 공인 인증 시험 기관인 CIE의 A레벨(영국을 비롯해 영연방국가 대학 입학 요건 중 하나)수업을 듣는다. 또 CIE의 IGCSE(국제 공인 중등 영어자격시험) 시험을 본다. IGCSE는 SAT(미국 수학능력평가 시험)와 비슷한 것으로, 전세계 157개국에서 시행한다. ABC는 한반이 15~20명으로, 유치원이나 초등 과정은 한반에 한국 학생이 7~8명이나 된다. 공부에 흥미가 있는 아이라면 얻을 수 있는 게 많지만,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아이라면 스트레스만 많이 받는 구조다.

둘째 선호(7학년)가 다니는 IS는 호치민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학교다. 개교한 지 20년 됐다. 이 학교는 다양성을 위해 국적별로 학생 비율 상한선을 두고 있다. 한국 국적은 전교생의 최대 25%까지만 받는다. 현재 전교생 1300명 중 한국학생이 250명으로 상한선을 거의 채우고 있다. 한국 학생이 전학을 가야만 새로 한국 학생을 받는다는 얘기다. 학비는 연간 3000만원 정도로 높은 편이다.

IS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수업보다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한다. 애들은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수업을 받을 정도로 분위기가 자유분방하다. 수업시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끌벅적한 적이 많다. 그래도 교사들은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공부량이 늘긴 하지만 ABC만큼은 아니다. IS는 주로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을 해서인지 학생 모두 영어 말하기에 강하다. 국제학교끼리 비교를 위해 동일한 평가를 하는데 항상 영어 말하기 3위 안에 들 정도다. IS의 또다른 특징은 국제학교 중 유일하게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IB 디플로마(국제 공인인증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고등 과정인 10학년 이상의 IB 수업은 한국 학생들로 자리가 꽉 찬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에서 IB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애들이 다니진 않지만 미국 국제학교인 SSIS(Saigon South International School)도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AP과정(대학과목 선이수제)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입학 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세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국제학교는 비교적 들어가기 쉬운 편이다. 막 호치민에 온 영어가 서툰 한국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고, 한국애들끼리 주로 어울리다보니 영어를 배우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한국 교육과의 연계성을 살리고 싶어하는 학부모는 일부러 한국국제학교를 고르기도 한다. 한국국제학교는 베트남 교육 당국과 한국 교육부에서 인가를 받은 공립 학교로, 한국 교육부가 지정한 교사가 교장으로 파견 온다. 학비 50%를 교육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부담하는 학비는 3개월에 53만(유치부)~160만원(초·중·고) 수준이다. 영어 수업 시수가 주당 2~4시간으로 적은 편이다.

둘째 선호가 다니는 IS 국제학교. IS 수업은 토론과 프로젝트 위주다. 또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져 분위기가 자유분방하다.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라면 보내볼만 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를 가장 중요시

국제학교에선 스포츠가 중요한 학업의 일부다. 일년 내내 더운 호치민 특성 때문인지 특히 수영에 중점을 둔다. 일주일에 한 번은 수영 수업이 있다. 하지만 물놀이 위주거나 아니면 아예 수준별로 반을 나눠 시키기 때문에 아이에게 따로 선생님을 붙여 자유형·평형 등을 가르치기도 한다. 고등학교 과정에 올라가면 국제학교 간에 수영·축구·농구 대항전을 많이 한다. 남자팀·여자팀을 따로 뽑아 시합을 하는데 아이들은 학교 대표로 뽑히는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첫째 선준이는 축구 대표 선수인데, 자기 학년에서 학교 대표는 자기가 유일하다면서 얼마나 자랑하는 지 모른다.

운동 이외에도 학생 개개인의 장기를 자랑하는 탤런트 쇼, 인터내셔널 데이(각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활동), 학년별 필드 트립(1년에 한번 가는 수학여행) 등 활동이 다양하다.

대부분의 국제학교들이 교과·비교과를 통틀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학생끼리 팀을 꾸려 협동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많이 진행하는 것도 배려를 중시하는 이유다. 그렇다보니 학교에서 가장 경계하는 게 폭력이다. 물리적인 폭행은 물론 언어폭력만으로도 가차없이 퇴학 시키기도 한다. 이 점은 영국계 학교가 특히 엄격하다.

국제학교에서 징계는 대개 아이의 쉬는 시간을 제한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쉬는 시간 20분 간 교실 벽 앞이나 복도, 혹은 교장실에 서 있게 하는 식이다.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을 방해하거나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학교 측이 부모에게 e-메일로 알리고 면담을 요구하기도 한다.

베트남에 한국 학생이 늘다 보니 각 국제학교도 한국 학생을 많이 배려한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IS의 2013년 학부모 총회 주제는 학교급식이었다. 이 자리에서 ‘재학생 25%가 한국 학생이니 점심 식단에 한국 음식 몇 가지를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여 점심에 김밥과 불고기를 추가했다. 학부모 정기 총회는 1년에 두 번인데 학년별 대표 엄마가 사전에 건의 사항을 받아 총회 때 안건으로 내놓는다.

베트남에서도 이어지는 사교육

베트남은 원칙적으로 이민을 받지 않는다. 주재원으로 왔다 자연스럽게 학교를 다니고, 졸업해서 현지에서 취업하고 정착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니 외국에서 온 중·고생들은 다른 나라 대학에 갈 준비를 한다. 부모를 따라 대학 입학 전 귀국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주말이면 보습학원에서 국어·수학을 배우는 한국 학생이 많다.

베트남에 처음 왔던 16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큰 변화다. 당시엔 호치민에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하나도 없었다. 여름 방학이면 단지 학원에 다닐 목적으로 한국에 다녀오는 풍경이 많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제는 한인 밀집 지역인 푸미흥에 입시학원뿐 아니라 예체능 학원까지 생겼다. 가장 많이 받는 사교육은 물론 영어다. 국제학교 다니는 학생이라고 해도 학교밖에선 영어를 쓸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초등생일 때는 회화, 중학교부터는 듣기와 쓰기에 중점을 둔다. 영어에 적응한 고교생은 학과 공부 중 취약한 과목 중심으로 과외를 받는다.

영어 다음으로 과외를 많이 받는 과목은 음악이다. 피아노· 바이올린·클라리넷·기타·드럼 등을 주로 배운다. 일대일 강습비가 한국인 선생님은 시간당 30달러, 베트남 선생님은 10~15달러다. 베트남 선생님이라 해도 호치민시향 오케스트라 수석 음악가에게 배우려면 시간당 25달러를 준다. 한인 선생님은 기초와 이론 위주로 수업을 하는 반면 현지 선생님은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게 해야 한다”며 곡 연주 위주로 가르친다.

호치민 국제학교에 관심 있는 학부모라면 아이 성향을 잘 살펴 학교를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아이가 자유롭고 창의적이라면 이런 특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미국식 학교가 낫고, 아이에게 선생님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아이 스스로도 학교 규칙을 잘 따른다면 영국식 학교가 잘 맞지 않을까 싶다. 결국 아이가 행복감을 느끼고 좋아할 수 있는 학교가 최고가 아닐까.

엄마 구본화(41·호치민)

정리=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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