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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변모 「세계의 크리스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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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황 속에 「크리스머스」를 맞은 세계는 한결 조용하고 간소해졌다. 선물의 양과 질을 모두 낮추었고 「카드」대신 신문광고로 인사를 때우기도 한다. 다음은 본사 특파원을 통해 알아 본 각 국의 「크리스머스」다.

<미국>
실직자 「미셀·파크스」씨는 부인 「맥신」에게 「크리스머스」선물로 2「달러」짜리 「새파이어」반지, 두 아들 「트래비스」(3)와 「케넌」(2)에게는 장난감 「트럭」을 한대씩 사서 「노드캐럴라이너」의 집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구경 22㎜ 권총을 들고 「워싱턴」의 밤거리로 뛰쳐나가 「택시」운전사한테서 8 「달러」를 털었다. 운전사에게 『미안합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읍니다』고 절망적인 변명을 했다. 그러고도 돌아설 수가 없었다. 그는 권총을 자기 관자놀이에 쏘아 「크리스머스」의 고통을 청산했다. 불경기로 주름살은 늘어도 「크리스머스」한때를 즐기는 전통은 지키고들 있다.
상무성은 지금의 미 국민의 개인소득이 작년 이맘때보다 1%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런 숫자가 서민들에게는 현실적인 의미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크리스머스」비용은 덜 들게됐다.
작년보다 비싼 것은 꼬마들이 백화점에서 「샌터클로스」할아버지무릎에 앉아 찍는 사진 「크리스머스」분위기를 살리는데 필요한 벽난로의 장작값 정도고 보면 나머지는 거의가 값이 내렸다.
자동차를 싣고 「워싱턴」에서 「플로리다」까지 달리는 자동차운반열차의 좌석은 벌써부터 매진 상태. 【워싱턴=김영희특파원】

<일본>
불황 덕택에 「샐러리맨」들은 물론, 상인들 마저 힘이 나지 않는 듯 세모의 「무드」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작년만 해도 12월초에 음식점·요리점·요정의 망년회 예약이 거의 끝났으나 올해에는『요리·술값의 세금은 요정부담』이라고 선전을 하는데도 고객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 실정.
작년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호텔」·여관 등 지방숙소에서는 지금도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비어있다. 불황덕택에 검소해진 것이 「샐러리맨」들이다. 직장인은 어린애들에게 「케이크」나 사다주는 것으로 연말을 때우기로 한 것이 보통이며 가정주부는 싸구려 「세일」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것이 생활습관처럼 되어가고 있다. 일본인들은 불황으로 는 것이 3가지라고 푸념이다. 실업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자살자·소매치기·전당포 고객 등이다. 【동경=김경철특파원】

<영국>
『올해는 「크리스머스·카드」를 보내지 않기로 하였으니 양지하시고 기쁨에 찬 「크리스머스」와 복된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경 부처』
지난 며칠동안 이곳 「런던·타임스」개인 광고 난에 이런 광고가 흔히 나타났다.
『크리스머스』가 내일 모레라는 데도 거리는 몇 해 전처럼 휘황하고 흥청스러운 대목 분위기도 한결 덜해진 게 올해의 영국이다.
『지하엔 평화를, 이웃엔 선의를.』 그저 이런 계절의 소원이나 다짐을 월계관 잎사귀 장식을 둘러 여기저기 써놓은 풍경은 오히려 조촐해서 좋다. 여느 때면 「크리스머스」까지 때늦지 않게 물건들을 사가라고 꽹과리를 치며 재촉하던 상업주의의 기성도 한결 기세가 죽은 느낌이다.
시세에 따른 건지 그래도 흥청대는 곳은 비교적 싼 물건을 파는 염가 백화점들.
덜 먹고, 덜 쓰고, 덜 떠들고 하는 가운데 해가 저문다. 그 덕에 올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성가가 할결 실감날것 같은 「크리스머스」다. 【런던=박중희특파원】

<프랑스>
「파리 장」들의 「크리스머스」는 금년에 놀라움으로 표현된다. 극심한 경제불황에도 불구, 이미 지난 주말인 20일부터 70여만명이 「알프스」·「피레네」·「주라」산맥 등으로 「스키」를 즐기기 위해 「파리」를 떠났다.
여행자가 작년보다 25만여명이나 는 것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파리」의 「크러스머스」는 사랑·우정·가정이라는 명사로 대변되는데 문자그대로 고요히 성야를 보내는 것이 특색이다.
자정부터 「센」강속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사원의 「미사」는 비단 신도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세계에서 몰려들어 성대하기가 「로마」의 「바티칸」과 비견된다. 「파리」「크리스머스」의 백미는「레베용」이라고 불리는 밤참. 이는 온 가족이 집에서 또는 유명한 식당에서 밤참을 늦도록 먹으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이다. 밤참요리는 「프랑스」식 「디너」에 따른 것이지만 신기한 음식을 먹는 것이 특색. 【파리=주섭일특파원】

<브라질>
「브라질」에서는 「크리스머스」를 「나탈」(출생일)이라고 한다. 「브라질」의「나탈」은 상가·선물가게에서는 찾아볼 수 있어도 보통 길거리에서는 별로 느낄 수가 없다. 「나탈」때는 기온이 섭씨35∼4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한여름인 탓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긴 거리를 몰려다니며 소란을 피우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고 길거리에서 「크리스머스·캐럴」도 거의 듣기 힘들다.
24일은 하오6시만 되면 일부 「나이트·클럽」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가가 철시를 한다. 물론 식당도 문을 닫는다.
따라서 외국여행자들은 밖에서 저녁을 먹기가 힘들다. 모두가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단위로 친척들과 선물을 주고받는다.
형편이 어려운 일반 서민이라도 한해를 결산하는 뜻에서 친척은 물론, 가정부·수위 등에 이르기까지 신세를 진 모든 사람에게 꼭 한가지씩 선물을 한다.
직장에서는 「아미고·세크레토」(비밀친구)라고 해서 각자가 몰래 선물을 마련해서 교환한다.
그러나 이런 미풍도 올해는 불황 때문에 규모나 액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체로 직접 물건을 선물했지 「카드」를 보내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카드」로 인사를 대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상파울로=허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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