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감추려 허술한 잠바 차림|부산의 밀수왕 오봉선의 치밀한 범죄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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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항 최대의 밀수왕은 광복동거리에서 오사장으로 불리는 오봉선(39·부산시남구광안동1055의88)이었음이 밝혀졌다.
19일 부산지구 밀수합동수사반 (대검 석진강부장검사·김영은·박영한·최경원부산지검검사)의 이같은 수사결과가 밝혀지자 광복동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자가용을 굴리는 알부자란 사실은 알고있지만 늘 허름한 「잠바」차림으로 다니던 오사장이 세상을 놀라게할 밀수왕일줄은 몰랐던것. 그는 밀수로 벼락부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좋은 옷을 지어 입는 것을 굳이 피하며 「야누스」의 모습으로 광복동거리에 나타났었던 것이다.
세칭 오봉선파 또는 오사장파의 두목인 오가 처음 밀수에 손을 댄 것은 10년전의 일이다. 자유당말기의 어수선함을 틈타 당시로서는 소극적인 선원밀수에 맛을 들였다.
그후 특공대 밀수가 근절되자 오사장의 선원밀수는 아직도 외래품에 넋을 잃은 수요자를 거느린 외래품상들에게는 다시없는 1급 상품 공급창구가 됐다.
여기서 기반을 잡은 오는 광복동골목에 허름한 점포를 구해 자유소리사란 간판을 걸어 위장을 하고 사실은 여기서 밀수품 공급의 연락처로 삼았다.
상대하는 고객(?)이 늘자 직접 선원들을 거느리던 밀수일선에서 물러나 한라파등 5∼6개 밀수조직에 자금을 지원하고 들여온 물건만 넘겨받아 이를 처분하는데 주력했다.
밀수품의 구입·양륙등 「드릴」넘치는 위험은 아직도 기반이 얕은 일선밀수조직에 떠넘기고 이미 밀수계에선 반석위에 올라앉은 오사장으로서는 안전지대인 뒷전에서 그의 조직과 수완·자금등을 배경으로 실리만 취해온 것이다.
광안동의 세칭 새부자촌에 살고있는 오사장의 집은 겉으로 보기엔 마을에서 하류로 보여진다.
그러나 대문을 들어서면 집둘레가 온통 공작과 칠면조등 희귀조의 둥우리로 꾸며졌고 아래위층의 방 7개도 4벽이 고급장과 문갑등 자개로 꾸며진 초호화판이다.
이집을 조사한 수사관은 한마디로 집을 짓는데 쓴 「시멘트」와 그안에 살고있는 사람 이외엔 모두가 외래품이더라고 전할 정도이다.
그는 노모를 위한 승용차1대·부인과 아이들을 위한 승용차 1대·자신의 승용차등 모두 3대의 승용차를 굴리기도 했다.
오사장은 여수밀수사건이 터지자 그의 밀수의 본거지였던 자유소리사를 얼른 걷어치워 이발소로 바꾸고 밀수에서는 손을 씻기로 결정하는등 철저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또 밀수왕인 그의 재산이 살구있는 집과 수영에 신축한 「슈퍼마킷」 정도밖에 드러나지 않고 있는것도 철저했던 그의 범죄적 수법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검거된 오사장은 자신의 마지막을 점칠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난18일엔 조사를 받던 부산세관 2층에서 뛰어내려 도주를 기도했다가 졸도, 다시 잡히는등 최후의 발버둥을 쳐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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