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달라지는 재일동포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총련 동포들에 대한 모국성묘방문사업은 교포사회에 회오리바람을 몰고 왔다.
모국의 참모습이 일본에서 듣던 것과는 아주 딴만이라는 것을 알게된 그들의 충격이 큰 만큼 재일교포사회를 휘몰아치는 회오리 바람도 세차다.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위협 속에서 비행기를 탔던 이들이 안전하게 일본으로 돌아오자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이들을 맞았던 조총련계 이웃들도 이제는 망향 (망향)의 아픔을 느끼며 모국방문의 기회를 기다리게 됐다 모국성묘방문사업이 조총련계동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 이 사업이북괴의 재일교포 북송과 대조를 이루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959년 북송이 강행된 이래 9만여명의 교포가 북에 끌려갔는데도 자유스런 서신의 교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곁들여 최근 한족이 제의한 남북 간의 성묘왕래와 연초부터 지하단체인 조민련(재일 조선인민 민주화 추진연맹)의 조직으로 큰 진통을 겪어왔다.
▲김일성 신격화 반대 ▲무력통일정책 반대 ▲한덕수(의장) 추종 반대 등을 3대노선으로 내걸고 한의 체제에 도전한 이 지하조직은 그 배후세력으로 조총련부의장 정재필 재경국장 최영호등 거물급이 지목되고 있으며 이들은 조민련과의 관계 때문에 11월하순 조총련 제10기 4차중앙 위에서 모두 숙청되었다. 조총련이 내분에 시달리면서 민단의 모국 방문사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은 첫째 연2백억「엥」규모의 조총련예산의 70%이상을 상공 인들로부터 거둬온 조총련이 이들의 대량이탈로 자금의 핍박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97∼98%가 남한출신인 재일 교포들로서는 모국방문사업에 큰 호응을 보일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면 조총련 동포사이에 탈(탈) 「이데올로기」적 경향이 퍼져 조총련의 하부조직이 무너져 버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일은 모국방문 사업의 시작과 더불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1천5백 여명의 조총련동포가 다녀간 현재까지의 모국 방문 사업 성과는 한마디로 재일교포 사회에 이미 「마음의 통일」작업이 기초를 다져가고 있으며 심장부가 강타 당하지 않았을 뿐 조총련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사업의 효과가 클수록 우리의 할 일도 많다. 모국 방문사업과 더불어 병행되어야할 주요 사업들로는 ▲2세를 위한 교육시설의 확충과 교육내용의 충실 ▲민단의 조직강화(5천개반조직을 목표로 새 민단 운동을 전개 중임) ▲민단 신용조합의 확장 ▲민단으로 전향한 조총련계 동포들에 대한 지원 등을 들수 있다. 또 한가지 남북통일 후 필연적으로 제기될 민족의 문화와 사회적 통일작업에 대비, 30년 만에 전향하는 재일동포를 상대로 이를 위한 학문적인 연구를 실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여비가 없어 모국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불우 재일 동포들에게 신정이나 구정에는 꼭 모국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것. 일본「입관」통계에 보면 재일교포의 절반정도가 단순 노동자이거나 막벌이꾼이다. 본국 동포들이 이들 가난한 조총련동포들에게 여비를 지원, 모국방문의 기회를 준다면 재일 교포사회의 통일은 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재일 동포들은 말하고 있다. <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