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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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불교계에 통합의 기운이 일고 있다. 우선 태고종, 총화종, 원효종, 법상종의 4개 종단이 연말까지 통합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다.
원효종은 원효의 호국불교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지난 69년에 창립된 종단이다. 이 종단에서 제일 소중히 여기는 경전은 물론 화엄경이다.
법상종은 서기 766년에 진표율사가 창수했다는 오랜 연혁을 갖고 있다. 그 교리는 미륵10선도에 있으며, 지상낙원을 이룩하겠다는 데 종지를 두고 있다.
한편 태고종은 이조 초의 태고보우국사를 종조로 하고 그 경전은 금강경이 중심이 되어 있다.
네 종단 중에서 가장 역사가 짧은 총화종은 사실에 있어서는 태고종의 일분파이다. 따라서 그 교리에 있어 태고종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이런 네 종단이 통합된다 하더라도 한국의 불교계가 조용해지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72년도 통계에 의하면 전국의 사찰 수는 약 1천9백이 넘는다. 승려수도 1만8천이 넘는다. 그 중의 절반이상이 조계종에 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나머지를 4종단을 비롯한 17종단이 나눠 갖고 있다.
당초에 불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게 된 데에는 어쩔 수 없는 까닭이 있었다.
석가는 생전에 탈법을 할 때에 듣는 사람의 성격이며 능력에 따라서 달리 가르쳤다고 한다.
석가의 열반 후 그의 설법을 들은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풀이를 내리고 또 경전도 달리 만들었다. 그것이 몇 세기를 거쳐 내려오는 동안에 더욱 다양해진 것이다.
불교각파의 고승들은 제각기 다른 처지에서 여러 경론 중에서 취사선택해 나갔던 것이다. 종파 사이에 교의상의 우열다툼이 일어날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경전은 약 3천종 1만수 천권이나 된다. 흔히는 『8만4천의 법문』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경전은 많다. 따라서 교의에 따라 종파가 갈라진다면 수천이 넘을 만도 하다.
그러나 석가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저 부처에 이르는 길이 무한히 있을 뿐이다.
이번에 통합하기로 한 네 종단이 내세운 이념은 「통 불교」에 있다. 불교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어느 날 석가에게 사람들이 당신은 어떤 분이냐고 물었다.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석가는 『나는 눈뜨고 있는 사람』이라고만 대답했다고 한다.
이렇게 석가처럼 눈을 뜨기 위해서는 무슨 경전, 어떤 교의를 빌어도 상관은 없다. 그저 눈뜨게만 되면 되는 것이다.
도시 총화종이든 법상종이 든, 서로 꼭 종단을 달리해야 할만큼 엄청난 교의의 차이는 없었다. 그것은 태고종과 조계종의 사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종단들이 통 불교의 원 자리로 돌아가자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다만 여기에도 혹은 경제적 이해가 얽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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