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위협하는 견공의 분뇨 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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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박중희 특파원】약 1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시사철 시내 어디서나 닥치는 대로 용변을 본다고 치자. 말할 것도 없이 그건 여러모로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런던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를 앞에 놓고 골치를 앓고 있다. 적어도 이곳의 권위 있는 신문 더·타임스지에 의하면 그렇다.
그건 영국의 신사숙녀들이 갑자기 주 착을 잃었기 때문에서는 아니다. 그들이 거느리는 견공들 때문이다. 런던엔 지금 자그마치 85만 마리의 개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 변소가 따로 있을 리도, 체면이 대단할 리도 없다. 그러니 런던은 갈데 없이 개들의 공중변소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견구」가 매일같이 배설하는 분뇨의 정확한 양에 관한 의견이 구구하다.
그중 더·타임스가 가장 믿을 만한 것으로 치는 한가지 계산에 의하면 그 양은 뇨 85만ℓ에 분이 85t, 분만 쳐도 2t짜리 트럭 마흔 두대 분이 매일같이 런던 바닥에 깔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구50만 도시에서 나오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그러니까 런던은 개들의 공중변소 치고도 거창한 공중변소인 셈이다.
그중의 적지 않은 양이 개 주인이나 청소부의 빗자루에 걸려 쓰레기를 통에 들어간다고 치더라도 이 견공들의 생리처리가 만만찮은 공해를 이룬다는 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뿐만 아니다. 더·타임스의「일기」난을 믿는다면 개들의 끊임없는 방뇨세례 통에 가로등 무쇠기둥이 꺾어 넘어질 위험성도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런던의「하머스미스」구청당국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개들로부터의 가로등을 지키자!」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걸 보면 「개 오줌에 무쇠전주가 꺾인다」는 주장이 그동안 은근히 고개를 들어온 반견 파들의 근거 없는 중상모략만은 아닌 성싶다.
그래「견세」를 호되게 매겨 거기서 나오는 세입으로 개들의 공중변소를 따로 짓는 게 어떠냐는 소리까지 들리게 됐다.
최근 통계론 지금 영국의 개는 5백여 만 마리, 증가율은 인구 느는 것보다 빠르다.
여기선 왕이나 수상은 물론 거지들도 곧잘 개를 끔찍이도 귀여워하며 데리고 다닌다. 개 팔자 치곤 상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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