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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납세자의 소리-주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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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들어 세금부담이 실감나게 느껴지고 있다.
금년부터 실시되는 새 세법은 근로자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라 하여 기대가 많았는데 오히려 금년은 세금 세금 하다가 한해를 다 보내는 느낌이다. 작년에 비해서 근로소득세는 줄었으나 다른 세금이 많이 오르고 보니 세금의 비중이 가계부의 뻐근한 부담으로 실감된다.
아빠의 봉급으로 꾸려 가는 빠듯한 가계부에서 다른 물가조차 많이 오르니 같은 세금이라도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가 보다.
특히 8월부터는 방위세가 신설되어 월급봉투나 재산세 등에 방위세가 붙고 또 전차요금은 도수료가 오른데다가 방위세가 배가되어 한 통화 10원이란 생각이 들 때마다 무심코 「다이얼」을 돌리던 손가락이 갑자기 멈춰지기도 한다.
또 방위세가 붙는다 하여 「콜라」 등 물건값도 올랐다. 물가가 올라 지출을 줄이겠다고 안간힘을 쓰지만 한번 올라간 지출을 줄이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나라에서도 쓸데가 많으니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겠지만 빤한 수입에 쓸데는 많은 주부로서는 세금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금년부터 종합소득세가 실시되는 것은 수입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받고 어려운 사람에게는 적게 받기 위한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분명히 고소득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아빠의 월급봉투에서 세금으로 떨어지는걸 보면 너무 많다. 갑근세·주민세·방위세와 미리 월급에서 의무적으로 떼는 국민저축을 합하면 한달 1만5천8백원 꼴이나 된다.
이밖에 회사의 사우비와 경조비 등도 적지 않다.
별로 많지 않은 봉급에서 이런 것들을 모두 떼고 갖다주는 아빠의 봉급은 요금 같은 물가고 속에선 가족의 생활비가 아니라 개인의 하숙비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과 같이 가계부에서 안 쓸 수 없는 지출도 많다.
전기료는 절약하는데도 한달 평균 2천5백원, 수도요금 8백원, 방범·오물세가 1천3백원, 여기에 신문·TV시청료를 합치면 한달 6천∼7천원은 각오해야 한다.
또 집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재산세를 두 번 물었는데 금년은 작년의 2배나 오른 4만7천여원이 나왔다. 부동산 시가표준이 높아져서 재산세가 크게 오른다 하나 같은 집에 살면서 재산세가 1년에 2배나 오르니 기가 찰 수밖에 없다.
7월엔 주민세를 2천원 물었다. 집을 좀 새로 지어 늘려볼까 하여 사둔 땅에도 세금이 호되게 나왔다.
그러나 형편상 집을 지을 수가 없어 다시 팔려고 하였더니 또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고 한다. 따져보니 생각보다는 별로 많지 않은 액수나 주부의 입장에선 소홀히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아무튼 금년 한해에 직접 낸 세금을 종합하여 나누어보니 한달 평균 1만1천원 꼴이다. 이 금액은 우리집 가계부에서 지출하는 총액의 11%나 된다.
이렇게 직접 낸 세금 외에 물건을 사면서 낸 세금도 많을 것이다.
생활이 넉넉하면 세금을 내는 것이 이토록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인 쌀값이 얼마나 올랐으며 부식비·교육비·교통비·광열비 등도 지난해에 비추어 20∼30%는 올랐다. 또 병원비와 약값도 무섭다.
다행히 금년은 집안에 우환이 없어서 무사히 넘겼지만 만약 집안에 환자라도 생기면 가계부가 온통 뒤죽박죽이 되고 말판이다.
아직 우리 나라의 세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나 세금이 높은 다른 나라는 국민소득도 높고 또 사회보장도 잘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1백만원 수입에서 50%를 세금으로 내는 것보다 10만원 수입에서 10%의 세금을 내는 것이 더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 학교 보내는 데에 돈이 안들고 또 병을 정부에서 무료로 고쳐준다면 세금을 좀더 내도 별 부담이 안될 것 같다.
물론 정부도 고충이 많겠지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엔 좀 나아져 보겠다고 빠득빠득 애를 쓰는 가정주부들의 간절한 바람과 희망을 꺾지 않게 좀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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