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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심의 「문답」의 허실-국회 상임위원회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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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정 지켜질지는 미지수>
올해 추경예산안심의과정에서 「김옥선 파동」의 여신을 씻은 여야는 상임위원회별로 74년도 결산을 처리하고 새해예산안심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는 오는 17일까지 상임위예심을 끝내고 예결위 종합심에 들어갈 일정을 잡고있으나 신민당 제안의 5개 세법안과 예산삭감에 관한 윤곽이 아직 잡히지 않아 일정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
야당은 새해예산안의 2조4백39억원 규모가 금년 본예산보다 58.2% 불어났대서 팽창예산이라 지칭, 국민의 과중한 세부담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1인당 담세액이 5만원>
재무부의 세입심사에서 신민당 의원들은 방위세를 포함한 내국세부담이 37%나 증가, 경상경제성장율 24.2%를 훨씬 앞질렀다고 지적했고 내년도 내국세규모(방위세 포함)는 1조4천3백79억원으로 1인당 부담액이 5만원에 달한다는 명세서까지 내놓았다.
내무위원회에서 지적된 지방재정의 부실도 논란점의 하나. 야당 의원들이 지방재정의 파탄을 지적한 데 이어 공화당의 김상연 의원은 재정파탄의 이유 중 하나로 유흥음식세를 거론.
김 의원은 『전국의 1급 음식점이 9백30개, 2급 음식점이 3천2백45군데로 나타나 있으나 접대부를 둔 1급 수준 「요정」이 2급 「밥집」허가를 맡아 영업을 하고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의 경우 지난 8월까지 7억5천만원의 유흥음식세를 거뒀다며 이는 고급식당 5백82개소에서 1일 평균 4만원어치 밖에 팔지 않은 결과라고 숫자를 풀이. 이에 대해 박경원 내무장관은 『주무관청이 보사부나 실태를 조사해서 앞으론 엄격히 하겠다』고 답변.
법사·내무위원회 등에서는 긴급조치와 관련된 문제들이 「클로스업」되어 관계장관출석 요구·내용폭로 등이 있었으나 대부분 「용두」질문에 「사미」답변으로 끝났다.

<동문서답 그대로 넘어가>
74년도 결산은 「수박 겉핥기식 심사」로 끝났다는 후평들.
여야의원들 모두 의사일정에 쫓겨 일반적인 정책질의 몇 마디씩을 던져본 이외엔 자료준비가 제대로 안돼 장관들의 동문서답을 거의 그대로 묵과.
정책질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사건별로 몇 가지씩을 묻는데 반해 야당 의원들은 예산의 전용·이용 등을 집중타.
경제과학위원회에서 고흥문 의원(신민)은 예산편성과 집행의 관장자인 남덕우 경제기획원장관을 상대로 『전 예산의 8%인 7백41억원이 전용됐다』며 『정부가 예산전용을 이렇게 떡 먹듯 하면 국회가 구태여 예산심의 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 『이러다간 국회에서 삭감한 예산도 부활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느냐』고 비꼬아서 질문.
건설위원회의 양해준 의원(신민)도 『예산회계법에 위반된 집행이 1백50억원이나 되는데 이유를 명시하라』고 추궁.
그러나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결산안은 이의 없이 넘어갔고 다만 국방위원회와 경제과학위원회에서 예비비 지출승인에 야당이 이의를 제기해 표대결을 치렀다. 과학기술처의 예비비만은 야당의 이의를 기록에 남긴 채 넘어갔다.

<유정회 의원 다발발언 특색>
임기를 앞에 둔 유정회 의원들의 활약이 이번 국회에서는 활발한 편.
평소에 거의 입을 다물었던 장준한(문공위원회) 김영도(재무위원회) 서병균(법사위원회) 권갑주(경제과학위원회) 회원 등이 정책질의에 나섰고 김영도 의원은 『엊그제 들어와서 내일 모레 나갈 사람이지만…』 『아무리 여당이라 하더라도…』란 전제를 달아가며 꼬치꼬치 캐어 들어갔다.
강문봉 의원(국방위원회)은 군인출신답게(예비역 중장) 국방부결산을 두루 추궁.

<감사원 추켜 올린 야당 의원도>
서병균 의원(유정)은 『일제시대에는 법관의 관사를 산 위에 지어놓고 민간인과 격리를 시켰다』며 『한 지방에 3년 이상 두면 안면이 넓어져 정실이 개입되기 쉽다』고 법관인사의 공정 등 「사법부」의 문제점들을 거론.
여당 의원들이 장·차관을 예우하는데 반해 야당의원 중에는 고성·호통형이 많은 것도 달라지지 않은 의회풍속도. 박명근 의원(공화)이 『재무장관의 업적이 많아서 질문할 것이 별로 없다』고 서두를 꺼내자 김용환 재무장관은 『과분한 칭찬을 해줘 몸둘 바 모르겠다』고 답례.
임삼 의원(유정)은 농수산위원회에서 정조영 장관이 추곡수매가 문제로 야당의 공격을 받자 『수매가격은 나도 불만이지만 국가차원에서 고충도 있었을 것』이라고 두둔했고 이례적으로 신민당의 이택돈 의원은 법사위원회에서 『감사원은 불과 6백여명의 직원으로 의원들이 하던 국정감사 실적보다 훨씬 큰 성과를 올려 감사와 더불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감사원을 추켜 올렸다.

<야당 의원들의 발언 3태>
야당 의원들의 상임위원회발언 「스타일」을 분류하면 대체로 ▲논리형=이중재 이택돈 진의종 한병채 ▲호통형=김수한 이충환 송원영 이용희 ▲고성형=김녹영 박한상 문부식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리틀·엔젤스」의 해외공연에 왜 정부예비비가 지출되느냐』 『예비비에서 나간 안보활동정보비 3백14억원의 내용은 어떤 것이냐』는 등 내용확인에 중점을 둔 질문도 전개.
박한상 의원(신민)은 결산안 심의에서 『유신사업비란 무엇이며 지출한 6천5백만원을 어디에 썼느냐』고 질문.

<보좌관들 메모 그대로 읽기>
7일 보사위원회에서 고 장관은 『지당하신 말씀』 『국민의 대표다운 걱정』 『옳으신 말씀』등으로 일단 이원질문을 받아놓고는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격려의 말씀으로 알고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는 등 자세를 낮춘 답변으로 일관.
대부분의 장관은 의원들과 맞서야 별무이익 이라고 생각해서 부드러운 대응을 하고있는 것.
남덕우 기획원장관도 『양해해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란 표현을 자주 쓰는 편.
김용환 재무·정조영 농수산장관은 『여러 의원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란 접두사를 답변 때마다 붙이는 것이 특징.
남 기획·정 농수산장관 등이 비교적 국장들의 보조 없이 소신대로 답변을 하는 반면 박경원 내무·류기춘 문교장관 등은 보좌관들의 답변서를 차분히 그대로 읽어 가는 「스타일」. 일부 장관이 핵심을 빼놓은 답변으로 「동문서답」이란 핀잔을 의원들로부터 받았지만 국정의 내막을 샅샅이 알아보는 데는 정부쪽 답변이 미흡하다는 것이 중평. <이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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