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횡포에 「브레이크」-미국의 국제노동기구 탈퇴결정의 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의 ILO(국제노동기구) 탈퇴결정은 미국의 「유엔」탈퇴가능성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보도에 의하면 서독·「네덜란드」·일본 등 주요 서방국들도 미국에 동조할 기미를 보이고있다.
이같은「유엔」산하기구에서의 이탈현상은 제3세계가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국제기구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불신감을 표현한 것으로서「유엔」기구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전조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공식적인 탈퇴이유는 ILO의 ①조직의 침식 ②인권유린에 대한 편파적인 비판 ③합당한 헌장절차의 무시 ④정치기구화 등으로 돼있다.
그동안 미국은 ILO에 노동운동조차 허락되지 않는 다수의 공산 및 독재국가들이 가입되어 ILO를 정치선전장화하고 있다고 비난해왔고 지난 6월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ILO 총회에 「업저버」자격으로 참가토록 결정되자 이 결정이 노동자의 권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이유로 퇴장하기도 했었다.
미국의 탈퇴가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2년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어 현재로는 비동맹국들의 횡포에 대한 경고적 의미가 강한 편이지만 최근 미국에선「유엔」에 대한 강렬한 불신풍조가 일고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로만 볼 수도 없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유엔」에서는 『미국이 밀어서 안되는 일이 없고, 미국이 반대해서 되는 일이 없다』고 했었으나 지금은 공산권에 밀착된 제3세계가 미국을 밀어젖히고 「유엔」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다.
제3세계의 횡포에 대해 「키신저」미 국무장관은 30차「유엔」총회에 앞서 『그들의 편파적이고 감정적인 투표와 전횡적 술책으로 「유엔」의 기능은 마비되고 있다』고 경고하고『이 같은 횡포가 계속되면 결국 그들은 빈 껍데기만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유엔」탈퇴도 불사할 뜻을 비쳤었다.
미국의 ILO 탈퇴결정은 우선 운영기금 면에서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미국은 「유엔」예산의 31%, ILO 예산의 25%(3천6백만달러)를 물고있다.
미국은 결국 ILO 탈퇴를 통고함으로써 제3세계에 대해 미국이 불참한 「유엔」기구의 존립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어 「유엔」내 반대세력에 압력을 넣으려 한 것 같다. <구종서 기자>

1919년 발족, 유엔 창설 뒤 산하기구|노동조건 개선·노동자 생활향상 목적
1919년 국제연맹산하기구로 발족됐다가 l946년 「유엔」전문기구로 편입됐다.
회원국은 정부·고용자·피고용자의 3자 대표로 구성되며 국제적인 행동을 통해 노동조건 및 노동자의 생활수준향상 개선,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안정촉진 등을 목적으로 한다.
본부는 「스위스」의 「제네바」에 있으며 현재 회원국은 1백25개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