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무에 쫓기는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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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사에게 강요된 각종 잡무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교과운영에 관한 연구 등 직접적인 교직활동 이외에 부과되는 각종 공부정리·금전취급·회의참석·행사준비 등 잡무처리에 쫓기다 보면 교직본래의 활동을 위한 시간과 정력은 불가피하게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교사들은 주당 50시간 이상의 고된 근무 이외에 심한 경우 학교사무를 가정에서까지 처리하는 예가 빈번하며, 때문에 수업시간에 마저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 만큼 1일 유 문교가 각시도 교위에 대해 이렇듯 잡무에 시달리는 구사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세우도록 지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근년 각급 학교에서의 교사의 업무량 과중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당국은 지난 73년5월에도 같은 취지의 통첩을 보내고 학교의 문서처리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문서의 일원화를 지시한 바도 있었다.
그런데도 일선학교에서의 실정은 오히려 학교에 대한 행정간섭이 대폭 강화되면서 잡무량이 더욱 증가돼 왔던 것이다.
학교자체의 교육운영과는 관계없는 불필요한 문제에까지도 각급 관서의 협력 요청이 답지하여 교사들은 빈번한 학교 외 행사 때문에 쉴새없이 고통을 겪고있는 것이다.
실상 지난 4월 대한교련이 실시한 『교원근무부담에 관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교사들이 잡무에 빼앗기는 시간은 국민교에서 근무시간의 39%, 중등학교에서 34·5%에 이르는 놀라운 실정에 있다.
이것은 교사들이 순수한 수업시간 또는 수업준비 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잡무 때문에 빼앗기고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학생수가 급격히 늘고, 교육의 내용이나 진도 또는 교수법 등이 모두 다양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하에서 이같이 교사들의 근무부담만 늘고, 그 증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다 교육자료나 학습보조자료 등 교육시설의 개선이 뒤따르지 못하고, 학사사무자체가 체계화·기계화와는 거리가 먼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또한 교사의 업무를 무겁게 하는 원인인 것이다.
사실 출석부정리에서부터 학습지도안작성·학급경영안 작성·육성회비 징수 실적통계·저축대장기록 등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학무처리가 일과로 되어있는 교사들은 거의 개인의 사생활조차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직원회의, 종례, 학급조회 등 정례적인 회합말고서도 학교 외에서의 각종행사와 교위의 장학감사에 대비한 서류정리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이 숨돌릴 사이도 없이 혹사당하고 있는 실정을 언제까지나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처럼 잡무에 쫓기는 교사들이 「수업」 자체의 향상을 위해 최소한도 교과내용을 검토하고 연구할 여유가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주당 평균 19·5∼24시간에 불과한 미국의 교사근무시간에 비해 그 2∼3배에 이르는 무거운 부담을 지고있는 우리 나라 교사들에게 교육효과의 향상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무리한 요구임을 먼저 상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교육당국의 합리적인 업무개선 노력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뿐 아니라 공사의 자질향상을 위해서도 불가결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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