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도 추경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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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5년 본예산에 비해 23%나 늘어난 제1회 추경예산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예산이 수정 없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행정부의 예산편성이 완벽하여 더 손댈 곳이 없었거나 국회가 그 가장 중요한 예산심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2천9백49억원의 이번 추예안도 항목조정만으로 끝남으로써 정부는 1원의 차질도 없이 계획했던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심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주장한데로 이번 추경은 그 요인이 진작 나타났거나 일부 세입항목에서는 이미 집행된 부문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그 보다는 해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추가나 수정이 관례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더 문제라 할 수 있다. 물론 경제정세의 변화가 생기면 세입·세출 어느 부문이고간에 추가 또는 경정해야할 요인이 없지 않을 것이므로 급격한 변혁기에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다.
더우기 최근 수년은 석유파동과 세계적인 경기불안이 심화되었던 기간이므로 각종의 경제예측이 빗나갈 소지가 많았다. 그러나 원칙론으로는 역시 본예산의 테두리 안에서 되도록 집행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것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추가 또는 수정의 폭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예산당국이 행여 추경을 미리 상정하고 본예산을 소홀하게 짤 이는 없겠지만 최근 수년의 추경규모가 해마다 적지 않는 추세로 늘어감을 보면 이런 우려를 전혀 기우로만 돌릴 수가 없다. 올해 각종 내국세수실적이 당초 계획과 크게 차이를 보인 것도 이런 우려를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세입면에서는 내국세의 자연증수분이나 방위세수, 담뱃값 인상에 따른 전매익금 증가를 주로 반영하고 있어 세입확보는 무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국세수 증가분 중 많은 부분이 갑근세·물품세·개인영업세 등이 차지하고 있어 서민부담 경감이라는 과세는 일단 새해예산심의로 이월된 듯하다.
세출기능면에서 볼 때 이번 추경은 대부분 국방과 투융자에 충당될 것이라 한다. 새해 예산과 마찬가지로 국내외의 여건변화에 따른 지출증대요인이 적지 않을 것은 짐작된다.
그러나 집행과정에서라도 일부 사업이나 경비를 줄일 수만 있다면 새해의 국민부담증가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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