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병든 친정아버지 걱정 베트남댁 "10년 묵은 체증 씻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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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는 2012년 한-베 수교 20주년을 맞아 ‘베트남 교민회 지원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인천 남구에 베트남 교민을 위한 교민회 사무실을 개소하고 후원을 시작했다. [사진 금호타이어]

오지은(27·응오티레반)씨는 베트남 사람이다. 지난 200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국내에 정착했다. 어려서부터 가장 역할을 한 오씨는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고향에 보내고, 살림도 알뜰하게 꾸려왔다. 8년 전에는 딸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오씨의 부모님은 손녀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다. 경제적 여건으로 고향을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딸이 커가면서 엄마의 나라와 외갓집 가족을 궁금해 하는데 시집올 때 가져온 사진 몇 장을 보여주는 게 전부였다”면서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목돈이 드는 친정방문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런 오씨의 얼굴에 요즘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지난 1월 친정 부모님께 8년 만에 손녀를 처음 보여드린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한-베 다문화가정 모국방문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이 행사는 지난해 처음 실시됐다. 사연 응모를 받아 10가족(20명)을 선정해 5박 6일간 베트남 나들이를 보냈다. 오지은 씨를 포함한 20명의 참가자들은 지난 1월 24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방문단 중 당티투이로안(46)씨는 10년 만에 베트남 땅을 밟아 눈길을 끌었다.

금호타이어는 참가자들을 위해 본사 직원을 파견해 현지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왕복항공권과 체재비 등 경비 일체를 지원했다.

 금호타이어(대표 김창규)의 베트남 사랑법이 눈길을 끈다. 베트남은 금호타이어에 있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나라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6년 베트남과 MOU를 맺었다. 이후 금호타이어는 빈둥성에 승용차용·소형트럭용 타이어 생산 공장과 천연고무 가공공장을 운영하며 베트남 자동차 부품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2012년 한-베 수교 20주년을 맞아 ‘베트남 교민회 지원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인천 남구에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노동자 등 베트남 교민을 위한 교민회 사무실을 개소하고 후원을 시작했다. ‘베트남 문화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베트남 교민의 한국 정착을 돕고 있다.

 금호타이어 김수옥 경영지원담당 임원은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은 약 4만7000명으로 중국에 이어 2위”라면서 “대다수의 결혼이주여성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모국 방문에 제약을 갖는데, 금호타이어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프로그램은 참가자는 물론 베트남 현지 가족의 만족도도 매우 높아 앞으로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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