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세력 균형과 한반도의 평화 (상)|한국 안보를 다시 점검하는 시리즈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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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지 적화 이후 국가 안보와 자주 국방의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럴수록 안보와 자위 개념의 명확한 정립이 긴요하다.
이러한 안보 개념의 정립을 위해 본지는 수차례 주제별로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안보 문제「세미나」를 개최, 그 내용을 연재할 계획이다.
다음은 『동북아의 세력 균형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주제로 한 제1회 「세미나」를 요약한 것이다. 1차「세미나」에는 서강대의 오기평, 서울대의 노재봉 경희대의 이상우 교수가 참가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아시아」 전략은 어느 한나라나 「블록」이 「아시아」 전역을 석권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세력 균형 정책이다.
따라서 오늘의 중·소 분쟁은 그와 같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중·소 분쟁은 화해를 추구하는 「키신저」 전략의 가능 조건인 동시에 그 제약 조건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 일본의 재 군비와 군사 대국화를 막아주는 요소로서도 작용하고 있으며, 미국이 생각하기엔 한반도에서의 분쟁 격화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인자로서도 파악된다.
만약 중·소 분쟁이 화해의 방향으로 역행한다면 북괴의 입장은 지금보다 더 유리해질 것으로 추리된다. 북괴가 양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원조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 분쟁이 무한정 「에스컬레이트」해서 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미국의 세력 균형 정책상 중·소 열전은 중·소 화해나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중·소 열전시엔 오늘날과 같은 북괴의 「중립적」(?) 자세 역시 유지되기 힘들다.
결국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서의 3강의 이해는 현상 유지·분쟁 국지화·일본 군국화 억지라는 3가지 점에서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하는 3강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본이 군사 대국화하여 대등한 제4의 강대국으로서 한반도와 동북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과 발언권을 행사하게 되는 사태는 바라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이해 일치의 내용을 보장하는 현실적 조건으로는, 첫째로 한반도 분단의 현상 존속을 꼽을 수 있다.
둘째는 주한미군의 존재다. 중·소 분쟁이 존속하는 한 양자는 겉으로는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한이 있더라도 속으로는 다같이 주한미군의 존속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간주할 충분한 소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미군이 주둔은 하되 한국군의 통수권 자체만은 계속 미군이 장악할 것을 바랄 것 같다.
그러나 이점은 소·중공이 어떻게 희망하든, 그와 상관없이, 우리의 대 북괴 자세나 대미관계상 우리 자신의 국가 이익에 따라 숙고해야할 문제다.
동북아의 세력 균형을 이야기함에 있어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문제는 부전 상태는 평화 유지를 위한 항구적인 제도적 장치에 관한 논의다.
여기서 현실적인 연구의 대상이자 논쟁적인 「이슈」의 하나로 「클로스업」되어 있는 것이 다름 아닌 「키신저」 방식의 「확대 회의」나 소련의 「아시아」 집단 안보 안 같은 것이다.
그러나 중·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키신저」의 휴전 당사 국회의나 확대회의는 쉽사리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공의 입장에서 볼 때 휴전 당사 국회의는 그 자체로서는 소련을 제외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소련의 참여 없는 한반도 문제 논의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쉽사리 이에 호응할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중·소 분쟁이 존속하는 한 휴전 당사국 회의나 확대 회의 또는 집단 안보 회의는 단기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뿐 아니라 두 진영 내부에 현존하는 몇개의 군사 동맹 체제를 그대로 두고서 그것을 더욱 확대하는 형태의 대형 평화 유지 체제 즉 현존 안보 체제의 이중적 기능 발휘도 기대가능성이 희박하다. 또 그와는 반대로 현존 군사 동맹 체제들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을 전제로 한 대형 국제 평화 구조도 현실성이 없다.
그것은 소련의 「체코」 침략 등 「브레즈네프·독트린」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안보상의 우려와 경계가 엄존 하는 한 논의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단기적 전망을 떠나 장기적으로 전망할 때 언젠가는 미·소의 이해가 일치점을 발견하여 어떤 형태든지간에 「아시아」에서의 대형 평화·구조를 논의할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전적으로 묵살할 필요는 없다.
이럴 경우 우리로서는 국가 안보의 기틀인 자주 국방의 보충 요소로 요구되는 동「아시아」 세력 균형의 확보를 돕기 위해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안보는 물리적 개념인 동시에 정치적·외교적 개념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미국이 추구하는 강대국간 균형에 대한 우리측의 슬기로운 정합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세미나 참가자>
노재봉 교수 (서울대)
오기평 교수 (서강대)
이상우 교수 (경희대)
장두성 (본사 외신 부장)
유근일 (사회·본사 논설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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