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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순 <한은 특별연구실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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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4년의 우리 나라 경제의 수출입 의존도는 77%에 달한다. 이는 우리 나라 경기의 회복은 해외 경제가 활기를 되찾기 전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가 금년 하반기 이후 미국을 비롯하여 회복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언제 회복세가 정착화 할는지 누구도 정학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유류 파동 이후 영국의 NIESER·OECD 및 기타 권위 있는 경제 연구소에서 많은 경제 예측이었었으나 모두가 과거에 낙관적으로 전망하였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불황은 당초 예상하였던 것보다는 장기화되어 경기회복이 뒤늦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세계 경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예상외로 지체되는 이유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세계적인 불황이 유류파동 이전 세계경제의 호황 뒤에 나타나는 단순한 순환적인 경기 후퇴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이 같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구조적인 요인이란 자원 파동 이후 세계 각국은 통화면에서 긴축 정책과 더불어 수입 절감·자원의 자급화 등 보호무역 정책을 취하게 된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정책은 모든 국민의 투자 및 소비 향상 면에도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만일 자원 파동이 우리의 투자나 소비 행태면에까지 영향을 주고있다면 세계경기회복은 지체화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세계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자원문제를 비롯하여 국제 유동성의 편재 및 국리를 앞세우는 보호 무역 적인 경제 정책은 바로 이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세계 경제가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으나 영국의 NIESER는 75년과 76년의 세계 경제를 다음과 같이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기는 75년 3·4분기를 거점으로 하여 점차 회복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해라고 볼 수 있는 75년의 OECD제국의 성장률을 -2.3%, 미국이 -4.0%, 일본은 1.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76년에는 OECD 전체가 4.9% 성장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 나라 경제에도 밝은 전망을 안겨준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 나라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과 일본의 최근 경제 동향을 살펴보자. 부의 성장을 보여오던 미국 경제는 이미 금년 2·4분기에 0.4%의 실질성장을 보였고 7월∼8월의 산업생산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업률은 6월의 8.6%에서 7월에 8.4%로 약간 감소하였다. 무역 수지도 계속 흑자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의 「달러」화 가치의 강세는 이를 단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도매 물가도 8월에 전년 동월비 5.6%밖에 상승하지 않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일본 경제는 아직 경기의 저점에서 혼미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에 뒤이어 경기 회복을 이룩할 수 있는 바탕이 조성되어 있다. 즉 월 약5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의 계속적인 흑자와 물가의 안정은 바로 이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기 예고의 선도지표라고 할 수 있는 7월의 건설 공사 수주·기계 수주·전국 백화점 매상액 등의 제지표로 미루어 볼 때 아직 경기는 저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서독은 무역 수지의 흑자와 물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해외 경제 환경 하에서의 우리 나라 경제의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경기예고 종합 지표는 전월에 이어 1.2를 보임으로써 보합추이를 지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증가한 것을 비롯하여 공업용 및 주택용 건축 면채도 증가하였다. 9월의 상품수출은 전월보다 약간 증가하였으나 KFX 상품수입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L/C 내도는 전월에 이어 견조를 보이고 있다. 월중의 수출입 활동은 대체로 저조하였다.
한편 통화 금융 면에서는 월중에 통화량 및 국내 여신이 모두 증가하였다. 이리하여 초과수요 압력을 더욱 가중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월중의 전국 도매 물가와 소비자 물가는 다같이 상승하여 꾸준한 물가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위에서 본바와 같은 국내외 경제 정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세계적인 불경기가·순환적인 면과 구조적인 성격을 같이 띠고 있기 때문에 빨리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이에다 이번에 있은 유류가의 10%인상이 소폭적이기는 하나 각국이 당면하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 것은 사실이다.
이와 같은 작금의 세계 경제 정세 하에서 우리 나라는 외국과는 달리 착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74년에 8.6%의 성장률을 달성하였고 75년에 6.5%, 76년에 8%의 성장 목표를 선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 경제 정세가 현재 예상되는 기조대로 간다면 성장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와 물가 면에서 어려운 문제가 있음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즉 74년에 17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였는데 금년과 내년에도 이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75년에 세계적 「인플레」하에서 실물 수출이 경상가격 수출을 능가할 정도로 심한 교역조건의 악화를 가져온 데다가 유류파동 이후의 높은 물가 상승률 및 앞으로의 불투명한 물가전망은 우리 나라 수출의 국제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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