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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2백만원 파리의 주택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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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파리」를 여행해본 사람들은 건물 하나 하나가 정교한 조각작품으로 보여 『아름다운 도시의 예술성』에 감탄을 연발하기 마련이다. 2∼3일 또는 10여 일을 겉으로 보는 이 도시는 『인간의 지혜를 모두 동원해 건설된 거대한 박물관』이란 표현이 조금도 어색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 「박물관」속에 살아가고 있는 「파리」시민들은 예술미에 앞서 생활의 불편을 먼저 겪게 마련이다.
그래서 「파리지엥」들은 모두들 「파리」를 떠나 30∼40㎞ 떨어진 교외생활을 즐기게 되어 지난 68년부터 금년까지 8년 동안 「파리」시 인구는 30만명이나 줄었다.
「파리지엥」의 푸대접에도 불구, 땅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오르고 있는 것이 오히려 하나의 기현상이라고들 하는데 특히 현대식 「아파트」는 가히 살인적인 가격이다. 그 유명한 「샹젤리제」나 「오페라」좌에서 거리가 먼 「브로뉴」숲가나 가까운 교외의 「아파트」도 1평방m당 5천6백 「프랑」(약 65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지스카르」대통령은 3명의 아기를 갖는 부부에게 1천2백 「프랑」(13만원)의 가족 수당을 인상지급(지금까지는 아기 1명에 1백50 「프랑」, 2명에 4백「프랑」, 3명에 7백50 「프랑」)하기로 특혜를 베풀고 주택난 해결을 위해 이들에게 입주금 20%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20년 동안 할부 상환하도록 했다.
그러나「파리지엥」부부들은 이런 정부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막상「파리」시내에서 현대식「아파트」를 구입하기란 불가능하다. 5인 가족이 살만한 1백평방m(30평정도) 의 「아파트」가격은 줄잡아 56만「프랑」(6천5백만원). 그것도 입수자의 월급이 매달 할부금 4천3백「프랑」(49만원)의 3배가 안되면 은행이 보증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모처럼의 선심도 무산되고 말았다.
최근 「파리」에는 「아랍」산유국들의 부동산 투자가 「붐」을 이룰 만큼 「파리」의 땅값 폭등은 『돈 놓고 돈 먹는』가장 안전한 돈벌이로 평가되고 있다. 「리비아」의 「가다피」, 「모로코」의 「하산」왕,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 등이 호화「아파트」를 갖고 있으며 모모 일본 재벌도 「프랑스」에 별장을 갖고있다. 목돈을 갖지 않고는 부동산을 갖지 못한다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파리지엥」들은 승강기도 없는 「파리」의 낡은 「아파트」의 셋방살이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 겉보기에는 그처럼 아름다운 「파리」의 「아파트」군은 막상 살아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건물 껍데기의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만 시대에 맞추어 바꾸고있는 것이 「파리」의 주택이다. 석탄과 장작을 땠던 벽난로 앞에 수동식 「가스」통만 달아 난로를 대신하며 「스팀」시설은 거의 없다. 「가스」로 물을 데워야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며 「샤워」조차 할 수 없는 형식만의 목욕탕, 그것도 웬만한 집에서는 이것도 없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파리지엥」들은 도시의 예술미를 보존하기 위해 18∼19세기 속에 살아야 하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 대가를 치른 덕분에 「파리」시는 연간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있다지만 『「파리」를 완전히 파괴하고 현대식으로 건설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다』다는 여론도 있기는 하다.
이 온갖 불편 속에서도 「어제」의 도시가 원형 그대로 보존된다는 것이 그만큼 값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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