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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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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육군은 화란군이다. 10년 전부터 조합이 결성되어 영외에서는 병사도 장교에게 경례할 필요가 없다.
그뿐 아니라 장발도 허가되고 있으며 점호와 기상나팔도 폐지되었다. 『현대의 민주주의에서는 아무도 남에게 명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화란병사조합의 신조라 한다.
화란의 군대는 이렇게 병사들의 낙원(?)이지만, 이들이 전쟁 때 과연 훌륭히 싸울 수 있을지를 화란 안에서도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화란도 2차 대전 땐 전쟁의 쓰라림을 독특히 맛봤다. 그러나 너무도 오래 지속된 평화「무드」가 전쟁의 위협을 잇게 만들었는가 보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스위스」다. 중립이 국제적으로 보장되어 있고 헌법으로도 상비군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24시간이내에 50만의 병력이 동원될 수 있도록 잘 훈련되어 있다. 그만큼 국민개병 제도가 철저하다.
아무리 중립이라 하더라도 결국 「중립」을 지키려면 병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스위스」는 2차대전의 전화 속에서 뼈저리게 배운 것이다.
언젠가 미국 「유타」대학의 「제임즈·클레이턴」교수가 2차대전후의 냉전을 위해 미국이 쓴 소위 「냉전비」를 계산한 적이 있다.
이에 의하면 47년부터 71년까지의 24년간에 미국이 쓴 냉전비는 1조4천억 달러가 넘는다. 이 천문학적 숫자에는 물론 평시의 군사지출이나 인적 손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데탕트」의 시대라면서도 냉전비며 국방비는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넬슨」미 상원의원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의 미국의 무기수출은 68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의 무기상인들도 이에 못지 않게 재미를 톡톡히 보고있다.
이런 무기들이 전쟁방지를 위한 것인지, 전쟁도발을 위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름끼치는 얘기다. 전쟁은 거저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감할 뿐이다.
이래서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나 군사비는 늘어만 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대GNP 군사비 지출은 8.8%가 된다. 개발도상국의 평균치도 7.2%가 된다. 그러나 개중에는 GNP의 16.8%를 국방비에 쏟고 있는 「라오스」와 18%의 북괴 같은 경우도 있다.
여기에 비해 우리 나라는 아직도 4%밖에 안 된다. 지난번에 내한했던 「슐레진저」미 국방상도 이를 시인했다. 세계에서 가장 적은 것이 「네팔」의 0.6%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네팔」처럼 전쟁을 방관만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항상 북괴의 남침을 가상하면서 그들의 침략을 능히 막아낼 힘을 갖추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때 우리에게 힘이 되는 것이 국방력뿐인 것이다.
오늘 제27회 국군의 날을 맞아 보무도 당당하게 국군이 시가를 누빈다. 다시는 6·25의 쓰라림을 겪지 않도록 그들이 더욱 강해지기를 바라는 시민들 염원 속을 그들의 위용이 돋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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