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2차 피해 없다더니 … 카드 3사 개인정보 다 팔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KB국민은행 노조원들이 17일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에서 KB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대체 끝이 어디일까. KB국민·롯데·NH농협 카드의 고객정보를 사들인 대출업자 5명이 또다시 구속됐다. 올 초만 해도 검찰과 금융당국이 “시중에 퍼지지 않았다”고 장담하던 바로 그 정보다. 이 중 8000만 건을 사서 영업에 활용한 대출업자 4명이 구속 기소되더니, 이번에 5명이 다시 걸려든 것이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 변형철)는 정모(39)씨 등 대출업자 5명을 추가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정씨 등은 수백만원을 주고 신용카드 고객정보를 최대 400만 건까지 넘겨받은 혐의(정보통신망법 및 신용정보법 위반)를 받고 있다. 정씨 등이 받은 정보는 모두 700만 건에 이른다. 검찰은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된 개인별로 사들인 정보 건수와 대가로 지불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써 대출업자에게 흘러들어간 신용카드 고객정보는 거의 9000만 건으로 늘었다. 3사에서 빼돌린 정보 1억400만 건 거의 대부분이 대출업자들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뿐 아니다. 검찰은 “잠적한 몇 명을 포함해 10여 명의 대출업자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팔린 정보 건수와 구속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은 “유출정보는 대출 영업에만 이용됐을 뿐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사기에 쓰인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고객정보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기 힘든 상황이어서 금융사기 피해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게 됐다는 게 금융보안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융감독원은 카드 3사 고객정보가 대출업자들에게 추가로 넘어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날 KB카드를 대상으로 재검사에 나섰다. 1차 검사가 미진했던 롯데·NH농협 카드는 5일부터 재검사를 하고 있다. 금감원은 대출업자에게 팔린 고객정보를 검찰에서 받아 기존에 유출된 1억 건의 고객정보와 일치하는지를 비교·분석하고 있다.

 KB·롯데·NH농협 카드 3사의 고객정보는 2012~2013년 이들 회사의 ‘카드 부정사용 방지 시스템’을 개발하던 신용정보회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직원 박모(39·구속 기소)씨가 처음 빼냈다. 박씨는 1억400만 건을 빼내 이 중 7980만건을 대출광고업자 조모(36·구속 기소)씨에게 2300만원에 넘겼다. 구속된 대출업자들은 모두 조씨에게서 정보를 사들였다.

창원=황선윤 기자, 박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