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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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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폴레옹」은 여행 중에도 마차 속에서 독서를 하고, 독료 하면 창 밖으로 버렸다. 전장에서도「괴테」의『젊은「베르테르」의 슬픔』을 탐독할 정도로 그는 독서를 즐겨 했다. 「센트헬레나」에 유형 중에도 8천 권이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세르반테스」는「나폴레옹」보다도 더 많은 독서를 했다. 책 읽는 시간도 많았다. 어렸을 적부터 길바닥에 떨어진 종이 쪽지에 적힌 글을 주워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였는지 그가 그려낸「돈키호테」를 가리켜 동네사람들은 그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미쳤다고 평할 정도였다.
「돈키호테」는 발 들여 놓을 자리도 없을 만큼 집안에 꽉 찬 책을 보고 언제나 이걸 다 읽을 수 있겠는가고 탄식한다.
사람이 일생을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인생을 70세라 해도 독서할 수 있는 것은 그 중의 55년 정도다.
하루 평균 5시간 독서한다 해도 10만 시간, 하루 1시간씩이라면 2만 시간밖에 없다.
따라서 책 한 권 읽는데 3시간 내지 5시간이 걸린다면 일생을 두고 많이 읽어야 3천3백권, 적게 잡으면 2천 권을 넘지 못한다.
좋은 책만을 가려 읽어도 시간이 모자라는 것이다.『좋은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읽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읽지 않는 기술이란 일시적으로 인기 있는 책은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을 위해 쓰는 저자가 항상 독서 층은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쇼펜하워」의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명저라고 누구에게나 살이 되는 것은 아니다. 2차 대전 때 유태인학살로 악명 높은「아이히만」의 애독서 중에도「헤겔」이 들어 있었다.
「토머스·홉스」도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책 읽는 시간보다 사색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다독이란 사고를 억압하는 것이다. 세상에 아무 쓸모 없는 학자들이 많은 것도 다독의 탓이다」「윌리엄·펜」의 이 말은 여러 가지로 함축이 깊다.
영국의 어느 신문이 학자·문인들에게『당신이 읽지 못한 고전은 무엇인가?』라는「앙케트」를 낸 적이 있다.
회답 중에는 왜 읽어야 할 책을 지금까지 못 읽었느냐는 변명이 제일 많았다. 작가「골드워터」는 다음과 같은 회답을 보냈다.
『유감스럽게도 읽지 않은 고전이 너무 많아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일일이 생각해 낼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여유가 없어서 책을 읽지 않는 것도 아니다.『책을 사볼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책을 읽겠느냐』고 묻는다면 과연 몇 사람이나 그리하겠다고 답변할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가을이니 책을 읽으라는 소리들이 들린다. 고전을 읽으라는 말도 들린다. 독서의 습관보다도 사색의 능력이 사실은 우리에게 보다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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