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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 교육이 옳다, 일본도 반성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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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타하라 가즈오 일본 도쿄이과대 교수는 “과학이 전문가뿐 아니라 모든 이의 기본 소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과학창의재단]

현대과학이 갈수록 전문화하다 보니 과학자들조차 자신의 세부 전공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나 기타하라 가즈오(北原和夫·67) 일본 도쿄이과대학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과학은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소통하기 위한 기본 소양이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과학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2006~2008년 일본 정부의 ‘모든 일본인을 위한 과학(Science for all Japanese·科學技術の智)’ 프로젝트를 이끈 주역이다. 도쿄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물리학회장·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 이사를 역임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개최한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그를 따로 인터뷰했다.

 -‘모든 일본인을 위한 과학’ 프로젝트를 추진한 배경은.

 “사람들이 점점 과학을 멀리하고 있다. 2003년 일본 내각부 산하 학술회의가 그 이유를 조사했더니 과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목적 의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란 결론을 얻었다. 미국은 이미 1989년에 ‘모든 미국인을 위한 과학(Science for all Americans)’ 보고서를 발표했다.”

 - 왜 모두가 과학을 알아야 하나.

 “과학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고하는 방식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계층·직업 등을 넘어 민주적이고 평등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 한국에선 입시가 정상적인 과학교육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입시는 어려운 문제다. 학생들은 대학의 지명도와 졸업 이후 진로에만 관심을 둔다. 4년간 무엇을 공부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학 교수들은 전공 학문이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가르치지 않고 자기의 전문 지식만 전달한다. 이래선 안 된다.”

 - 프로젝트의 성과는.

 “보고서가 나온 2008년에 바뀐 새 지도요령(한국의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전국 200곳의 ‘수퍼 사이언스 스쿨(한국의 과학고)’도 내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들이 진학하면 대학도 바뀔 것이다.”

 - 지도요령에 어떤 내용을 담았나.

 “사회와 과학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물리·화학·생물·지학(지구과학)으로 나뉘어져 있는 과학 교과를 하나로 묶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 반영하지 못했다. 요즘 학생들은 지학을 잘 선택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어야 하는지 국민적 인식이 깊지 못했다.”

 - 한국에선 문·이과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고교는 1학년 2학기 때 문·이과를 정한다. 하지만 (고입 성적) 상위권 학교일수록 3학년 1학기까지 구분없이 공부를 시킨다. 그런 학교 출신들이 좋은 대학에 많이 가고, 대학에 가서도 공부를 잘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문과·이과를) 같이 교육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20여 년 전 문·이과를 구분해 입시과목을 줄이도록 했던 문부과학성도 요즘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반성하고 있다.”

 - 일본 과학교육의 비전은.

 “2011년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과학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과학의 본질을 제대로 알렸더라면 희생자도 줄이고 복구작업에 대한 기여도 달랐을 것이다. 새로운 과학교육을 통해 사회가 이런 위험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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