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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신」은 유아기에 형성|7살전에 첫 자기평가|자신 갖게 사랑·격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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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아를 깨닫지 못한 아기들의 의식은 순백의 상태다. 부모의 경솔한 언행은 여기에 선명한 인상을 남겨 그 일생의 성격을 치명적으로 좌우하게된다. 어린이 정신건강을 위한 부모의 애정관리법을 2일 서울YMCA서 열린 황덕만박사(「토머스」정신신경과 의원)의 강연을 통해 들어본다.
어른들이 자녀에 대해서 갖는 가장 그릇된 태도의 한가지가『이렇게 어린 것이 무얼 알아듣겠는가』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성인과 달라서 자기에 대한 기존의 평가나 인식이 전혀 없는 어린이는 섣불리 잘못 뱉은 부모의 말 한마디를 잠재의식 속에 깊이 간직하게되고 여기서 자아와 열등감을 가진 부정적 인간이 싹터 나오기 쉽다.
어린이의 자기평가가 최초로 이루어지는 시기는 출생에서 만 7세 사이. 어리면 어릴수록 특히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게서 더 영향을 받는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부부싸움 끝에 『너 같은 것이 왜 태어났는지』『너만 없으면 내가 이 고생을 안 할텐데』식으로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부모들. 월령이 얼마 되지 않은 아기에게조차 자신이 불필요하며 방해가 되는 존재라는 「셀프·이미지」를 갖는 계기가 된다. 인간마다 유아시절에 이미 얻은 자신의 「이미지」를 갖고있는데 이는 성장후의 교육이나 경험으로도 절대 불변한다. 정신신경과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객관적으로는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도 근거 없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대개 충동형·본능형 어머니를 닮았다는 이유로 어린이에게 『보기도 싫다』는 등의 폭언을 해서 못나고 우둔하다는 「셀프·이미지」를 실어줌으로써 괴로운 생을 영위하게 만든 것이다. 반면에 부모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자란 경우에는 실제로는 결함이 있더라도 자신에 넘치는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감정이나 판단이 전혀 없다고 여겨 자기 기분대로 함부로 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면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대해주는 것이 이상적일까. 우선 자기 감정을 극도로 억제하고 어린이 앞에서 불필요한 짜증을 내지 않도록 한다.
어린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는 농담이라도 조심해야한다. 어린이는 농담이라는 개념이 이해 안되는 상태이므로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을 의외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주워온 아이』같은 말을 반복하여 들으며 자랄 경우 소외감이 강력하게 고착되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자기부정의 습벽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편애나 맹목적·신경질적인 애정표현은 금물.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사람, 특히 남편과 자녀에게 군림하는 어머니로부터 성년이 되고도 어린애 취급을 받은 사람들에서는 신경외과를 찾는 「노이로제」환자나 질투 과다로 괴로움을 당하는 환자가 많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데, 정신병은 유전병이 아니다. 또 걸리지 않는다고 보장된 사람도 결코 없다. 부모의 이상행위, 병적인 양육 태도로 감염될 따름이다. 엄격하면서도 사랑을 갖고 인정해주는 태도로서 「컴플렉스」의 발생을 예방해주는 것이 건전하고 창조적인 인격 형성을 위한 방법이다. <차미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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