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상품에 대한 해외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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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월이 지나도 우리의 수출은 아직 전년 수준에 못 이르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수출여건이 호전될 기미도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갑지 않은 징후들, 그 중에서도 특히 선진국들의 수입규제 강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볼 때 하반기의 수출여건도 결코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크게 기대들을 걸어온 선진 부국들의 경기회복도 당초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설사 경기가 어느 정도 나아지더라도 세계 교역량이 반드시 그와 같은 비율로 늘어날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이는 선진 부국들이 대후 진국 수입 규제를 통해 석유파동 후의 불균형을 조정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OECD와 UNCTAD자료에 의하면 지난해만도 선진국들은 비산유 개발 도상국들로부터 55억「달러」수입 축소를 감행했고 올해에는 더욱 늘어나 이들 개도국의 무역적자는 모두 4백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산유 개도국들은 교역량 감소 외에도 교역 조건의 악화까지 겹치고 있어 선진 부국의 수입확대 없이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곤경에 처하고 있다할 것이다.
실제 그 동안에 나타난 대한 수입규제만 해도 미·일·EC는 물론 북구·「캐나다」·호주 등 거의 전 교역 상대국에 걸치고 있으며 중남미 일부 국가들도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하니 우리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외교 역량을 늘러 양국간 교섭이라도 활발히 추진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상품의 개발이나 품질의 고급화가 매우 긴요할 것이다.
정부나 업계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열심히 대처하고는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우리 상품에 대한 해외에서의 평가나 대외 신용이 아직도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 하니 이 방면의 노력도 시급하다.
외무부가 주요 거래 대상국 상사들로부터 조사한 바로는 우리 수출 상품의 신용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40%를 넘고 상거래의 회신 불이행이 역시 40.8%를 넘었다 한다.
이밖에도 상품 선전이 미흡하고 선적 및 인도도 매우 늦으며 품질이나 포장도 불량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이와 같은 해외 평가에 대해 우리는 매우 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새삼 강조할 것도 없이 상거래의 기본은 신용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국제적인 신용 상태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수출행정 당국이나 업계가 같이 책임져야할 일이다.
그 동안 실적 위주로만 강행해 온 수출「드라이브」와 이에 편승한 업계의 즉흥적이며 근시안적인 거래 현황이 이 같은 신용추락의 근본임은 재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안정적인 수출 기반의 전제가 되어야할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장기적인 수출확대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종합무역상사의 잇단 설립으로 이런 문젯점들이 앞으로 크게 고쳐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부는 더욱 신경을 써서 수출기관이나 업계의 대외 신용 저해를 감독해야함은 물론이며 규제를 위한 수단이나 벌칙을 대폭 강화해야할 것이다.
업계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당면한 수출증대 노력에 일시적으로는 지장을 주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물론 이런 노력은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과 병행되지 않는 한 별 실효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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