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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 회의와 한국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22일 「리마」에서 열리는 비동맹 외상 회의는 「한국 문제」와 관련, 30차 「유엔」 총회의 풍향을 예고할 전초전으로 간주된다.
비동맹 「그룹」은 72년 「가이아나」 외상 회의 때부터 좌경적 색채를 띠기 시작, 73년 「알제리」 정상 회의 때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괴 측 입장을 반영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블랙·아프리카」 「아랍」「인도차이나」 등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 일부 좌경 비동맹 국가들의 반미 성향을 곧장 반한 성향으로 연장시키려. 획책한 북괴의 모략 외교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다.
북괴는 그 동안 우리의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 제3세계 민족주의 사이의 감정적 단층을 활용해 적잖은 반사 효과를 얻었던 것이다.
6월말 현재의 통계에 따르면 이들 중 한국과의 단독 수교국은 14개국, 북괴 수교가 24개국, 남북한 동시 수교가 27개국으로 나타나 있다.
또 「유엔」에서의 「한국 문제」 표결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사정은 비슷한 바가 있다.
작년 29차 총회의 경우 비동맹 「그룹」의 투자 성향은 서방측 결의안에 찬성 15, 반대 31인 반면, 「알제리」 결의안엔 찬성 36, 반대 10표로 나타났다.
이러한 투표 성향은 결국 공산 측 결의안을 48대 48이라는 가부동수로 표결되게끔 만든 요인이었다.
금년에도 북괴는 비동맹 「그룹」의 외군 기지 「알레르기」에 편승해 「유엔」 군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내놓고서 그 전초 공작에 광분하고 있다.
북괴의 속셈은 「리마」 비동맹 외상 회의의 분위기를 반미와 반한으로 유도, 비동맹에 가입한 뒤 그 여세를 몰아 「유엔」 총회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괴는 이미 김일성의 외유를 전후한 지난 3월 「쿠바」에서의 비동맹 조정 위원회에 가입 신청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로서도 이와 같은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6월이래 주도 면밀한 대책을 강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리마」에서의 76개국 비동맹 회의는 ①종전과 같은 북괴 측 입장이냐 ②아니면 한반도 평화 정착 기여냐 하는 것을 판가름 짓지 않을 수 없는 국면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여하는 「유엔」 총회의 분위기를 상당히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비동맹 가입 기준의 하나인 타국과의 군사 동맹 유무와 기지 제공 여부와 관련해 새삼 우리의 입장을 밝힐 필요를 느낀다.
만약 소·중공과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북괴가 가입될 수 있다면, 미국과의 방위 조약을 구실로 한국의 가입을 봉쇄할 명분은 성립될 수 없다.
재한 미군 기지만 하더라도 그것은 북괴 남침의 「결과」로 생긴 정상 방위 수단임이 뚜렷한 이상 무분별하고 형식 논리적으로만 판단되어서도 안 된다.
또 비동맹의 기본 노선이라 할 자주 외교나 평화 외교에 비추어 볼 때에도 참가국들은 한반도의 세력 균형을 파괴하려는 북괴의 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나아가 북괴의 비동맹 편승 작전 뒤에 숨겨진 호전성과 교조주의에 대해 「리마」회의 참가국들은 심리적인 편견을 초월한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의 외교진은 남북월 「유엔」 가입에 대한 미국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그 동안 있었던 약간의 문제점들을 염두에 두고서 치밀한 전략을 세워 나가야 하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비동맹의 강렬한 민족주의 성향을 감안, 한국이야말로 한반도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대표하는 정부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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