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갤러리아 매장 브랜드 간 경계 없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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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존 백화점은 서로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비슷하죠. 하지만 갤러리아는 상품이 아니라 백화점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서 팔겠습니다.” ‘40대 백화점 사장’이 파격 실험을 선언했다. 1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명품관 웨스트 3층. 63일간 대대적으로 개편한 웨스트관을 재개장 하루 전 언론에 공개했다. 박세훈(47·사진) 한화갤러리아 대표가 직접 설명에 나섰다. 청바지에 캐주얼 구두, 푸른 재킷 차림에 아이돌 가수처럼 마이크를 얼굴에 착용했다.

 박 대표는 “1990년 명품관이라는 개념을 한국에 처음 도입했던 갤러리아가 치열한 명품 경쟁 속에서 차별화에 나섰다”며 “한국 백화점 중 처음으로 브랜드별 경계가 없는 ‘오픈형 매장’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처럼 각 층을 거대한 ‘갤러리아 편집숍’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매장을 직접 둘러봤다. 시스템·오즈세컨처럼 어느 백화점에나 있는 보편적인 여성복 매장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 브랜드 특유의 인테리어가 없어지고 단순한 금속 칸막이와 검은 글씨로 브랜드명을 적은 작은 크기의 팻말 등 ‘갤러리아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동선조차 없이 매장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마치 거대한 옷방에 있는 느낌이었다.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은 거대한 조각물 형태로 모여 있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탁자에 놓고 다리를 꼰 채 신문을 읽고 있는 마네킹, 실크 가운을 입고 침대에 엎드린 마네킹 등 디스플레이도 독특했다.

 상품 구성도 다른 백화점과 다르다. 버버리·페라가모 등 기존 브랜드의 3분의 1이 퇴점했다. 신규 입점한 브랜드의 절반은 갤러리아에만 있는 ‘단독’ 브랜드다. 박 대표는 “미국의 바니스뉴욕 백화점처럼 강력한 컨셉트와 상품 구성으로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20~40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곧 국내 최초로 연회비를 받는 백화점 카드를 새로 만든다”고 소개했다. 무이자 10개월 할부, 일부 상품 10% 할인 등 카드도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2012년 갤러리아 대표에 취임하기 전,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전무)이었다. 취임하던 해 맛집 편집숍을 결합한 식품관 ‘고메이494’를 도입해 성공하면서 신규고객이 40% 넘게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압구정 상권, 명품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차별화 전략으로 연매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대한다”며 “갤러리아의 실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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