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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 좋은 책] ⑤ 조지 새뮤얼 클래선 『바빌론 최고의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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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언덕에서 내려다본 오늘날의 바빌론. 미군 소령 마이크 피니가 2009년에 촬영했다.
『 바빌론 최고의 부자(The Richest Man in Babylon)』의 영문판과 국문판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표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다.

축재(蓄財) 분야의 고전인 『바빌론 최고의 부자(The Richest Man in Babylon)』(1926, 이하『바빌론』)의 핵심 또한 억만금도 돈 부스러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톱10이건 톱50이건 반드시 돈 벌기 고전 목록에 등장하는 이 책의 저자는 지도 제작 출판사를 경영했던 조지 새뮤얼 클래선(1874~1957)이다. 『바빌론』은 은행이나 보험회사들이 고객들에게 나눠주던 팸플릿 분량의 우화들을 묶은 책이다. 2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다.

『바빌론』의 스토리텔링은 아라비안나이트나 구약성경,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연상시킨다. 무대는 바빌론이다. 바빌론은 기원전 2300년께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 356~323년)의 시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오늘날도 사용되는 금융기법의 탄생지였다. 화폐는 물론이고 약속어음까지 사용됐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이렇다. 마차를 만드는 장인과 음악가가 ‘우리는 왜 항상 쪼들릴까’ 하는 문제를 두고 신세 한탄을 했다. 그들은 일의 노예였고 일은 즐거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 한데 어렸을 때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같은 놀이를 하고 자란 아르카드는 큰 부자가 됐다. 그는 자선사업에도 열심이었다. 한 수 배우러 아르카드를 찾아갔다. 그의 비결은 간단했다. “축재의 법칙을 배우지 못했거나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사람마다 버는 돈이 다르고 부양가족이 다르지만 대다수 사람의 주머니는 얄팍하다. 왜일까. 돈 모으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성립한다.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생각보다 더 현명할 수는 없다. 생각의 원천은 배움이다. 배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는 방법이다’.

방법은 반드시 의지와 결합돼야 한다. 『바빌론』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가 돈을 벌기는 벌지만 꽤 많은 돈은 벌어보지 못한 이유는 그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카드에게는 그런 의지가 있었다. 그에겐 ‘돈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확실하다’라는 믿음도 있었다. 필경사(筆耕士)였던 아르카드도 원래는 근근이 먹고살았다. 돈 버는 비법은 대부업자에게 배웠다. 대부업자가 가르쳐준 축재의 법칙 또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 말이 간단하다는 이유로 비웃지 말라. 진리는 항상 간단한 법이다”라며 아르카드는 친구들에게 제일 중요한 원칙을 가르쳐줬다. “번 돈의 일부는 남에게 주지 말고 반드시 자신이 가져야 한다.”

우리는 돈을 벌자마자 의식주나 학비 용도로 누군가 남에게 지불한다. 대부업자와 아르카드가 실천한 것은 ‘우선 나에게 지불하라’는 원칙이었다. 아무리 버는 돈이 적다 하더라도 적어도 번 돈의 10%는 쓰지 말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처음에는 중요하지 않다.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버는 돈의 80~90%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나날이 지갑이 두툼해진다’고 『바빌론』은 약속한다.

『바빌론』은 ‘수전노가 돼서는 안 된다’ ‘무리는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런데 티끌이 주먹만하게 뭉쳐졌을 때 위기가 온다. 250만원 벌다가 500만원 벌게 되면 그만큼 씀씀이가 더 커진다. 10% 룰이 흔들릴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인간의 욕구다. 『바빌론』은 이렇게 말한다. ‘욕구는 간단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욕구가 너무 많거나 자신이 뭘 바라는지를 모를 정도로 복잡하거나 자신의 능력으로는 성취가 불가능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욕구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바빌론』이 말하는 투자의 원칙은? ‘약간 조심하는 게 크게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친구가 돈을 꿔달라고 하면? 『바빌론』의 권고는 ‘친구를 도우려고 한다면 친구의 짐이 네 짐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도우라’는 것이다.

운 좋은 사람과 재수가 없는 사람의 차이는 뭘까. 『바빌론』은 행운의 정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행운을 꾀어내려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 행운의 여신은 행동하는 사람을 편애한다’. 그렇다면 기회란 무엇인가. 『바빌론』은 이런 비유를 들어 기회를 설명한다. ‘기회란 무엇인가. 준비가 되지 않은 자에게는 눈깜짝할 시간도 기다려주지 않은 콧대 높은 여신(女神)과 같은 게 기회다’.

『바빌론』의 배경은 미국 역사에서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 불리던 시대였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을 앞두고 있었지만 20년대는 산업화가 소비문화를 부추기는 시대였다. 돈은 벌기도 쉽고 또 쓸 곳도 많은, 자동차·전화·영화 등의 시대였다.

『바빌론』못지않은 축재 분야 고전은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 T. Barnum, 1810~91)이 쓴 『돈 버는 법(The Art of Money Getting)』(1880)이다. 돈 모으기의 핵심은 버는 것보다 덜 쓰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같다. 어쩌면 ‘돈 버는 책 써서 부자 된 사람은 있어도 돈 버는 책 읽고 부자 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맞다. 『바빌론』을 굳이 사서 읽어보지는 않더라도 10% 룰은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김환영 기자

조지 새뮤얼 클래선 … 미국 미주리주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났다. 네브래스카대를 다녔으며, 미국·스페인 전쟁(1898~99)에 참전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 ‘클래선 지도 회사’와 ‘클래선 출판사’를 차려 최초로 미국과 캐나다 도로 지도책을 출간했다. 두 번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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