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투하는 잘못이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것은 과연 잘못 이었는가.』 이 세기적인 논쟁은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끝나지 않았다.
45년8윌6일 미국의 B-29「에눌라·게이」호가 최초의 원자탄을 「히로시마」(광도)에 투하, 수만의 인명을 살상했다. 3일 후 또 하나의 원자탄이「나가사끼」(장기)에 떨어지자 일본은 항복을 했고 제2차 세계대전은 끝장이 났다.
그러나 미국 내외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원자탄을 세계에서 최초로 쓴 것이 과연 필요하고 정당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45년 당시의 결정에 관여한 주역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그러나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15년전인 지난60년 그 주역들의 생존시 미리 증언을 들어 두었다가 최근호에서 다시 발표했다.
「트루먼」대통령의 개인 보좌관으로 최종 결정에 참여했고 나중에 국무장관을 지낸 고「제임즈·번즈」씨는 『원폭투하 결정이 현명한 것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먼저 그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인명 피해는 50만 명이었고 일본의 해군은 거의 궤멸됐지만 5백만의 육군이 남아 있어 일본 본토를 점령하려면 1백만 미군의 손실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원폭투하는 불가피했었다는 입장이다.
「헝가리」태생의 물리학자로 「루스벨트」대통령 때부터 원폭 계획을 도왔던 고「리오·질라오」박사는 미국이 원폭을 강제 사용함으로써 전후에 대 인류 원폭 사용이 비인간적이라고 주장할 미국의 입장을 약화했다고 말하고 만약 패전한 독일이 먼저 원폭을 사용했다면 전후 세계는 독일을 전범으로 단죄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군 차관보로 원폭 계획에 참여했던 고「루이스·스트라우스」씨는 역사적 심판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개인 의견으로서 원폭투하는 그 「방법」에 있어서 잘못 되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원폭투하 이전에 이미 패색이 짙었기 때문에 만약 원폭을 사용하더라도 일단 경고한 다음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 곳에 투하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당시 해군 차관이었던 고「렐프·바드」씨는 그때 상황으로는 일본에 원폭 사용을 경고하는 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폭투하는 잘못이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집행위는 일본이 이 경고를 단순한 위협으로만 받아들이면 효과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미국은 먼저 경고를 했었다는 기록만은 세계에 남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헝가리」에서 이민은 물리학자며 나중에 수소폭탄 개발에도 참여한 「에드워드·텔러」박사(현재 생존)는 한마디로 원폭투하는 잘못이었다고 말하고 이로 인해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핵「에너지」를 파괴의 도구로만 생각하게끔 굳어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학자는 인류를 위해 문명의 이기를 개발할 책임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의 결정에는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모든 이기는 그 자체에 선악이 있지 않고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