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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안전』·『한반도의 안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 미·일 수뇌 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중요 의제로 다루리란 점에서, 한국민으로서도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은 그 회담 이후에 발표할 공동성명에 새로운 한국조항을 명기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 공동 성명에서 「미끼」수상은 주한 미군의 계속 주둔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한반도의 안정이 일본의 안보에 극히 중요하며, 한국의 안보는 한반도 전체의 평화 및 안정과 불가분』한 것이란 견해를 표명하리라고 한다.
이중 핵심이 되는 『한반도의 안정이 일본의 안보에 극히 중요하다』는 조항은 69년 「닉슨」·「좌등」 공동성명에서 사용했던 『한국의 안전이 일본의 안전에 긴요하다』는 표현에 비해서 미묘한「뉘앙스」의 차가 있다.
69년 성명에선 일본의 안보에 직접 연결되는 것이 「한국의 안전」이었다. 그러나 예정된 「포드」·「미끼」성명에선 한국의 안전은 「한반도의 안정」을 통해 일본의 안전과 연결되도록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한·일간 안전의 연결 방식이 직접 연결에서 간접 연결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한국조항의 변질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일본 수상이 한·일간의 안보 문제를 정식화하는 기회에 『한국의 안전이 일본에 긴요하다』 고 말했던 것을 『한반도의 안정이 일본에 극히 중요하다』로 바꾸는 것은 일본 안에선 심장한 뜻을 갖는다.
일본에선 한반도 전체의 안정을 거론하는 것은 곧장 남북한 등거리 외교란 입장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수년 내 일본 외교는 두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방황을 거듭해 왔다.
그 하나는 「아시아」공산 세력과 공존 및 화해의 추구란 요청이고 다른 하나는 「아시아」 공산 세력의 팽창에 대비한 군사 균형의 확보란 요청이다.
이 두개의 축은 각기 일본 내 좌·우익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70년대 초까지 일본 외교는 군사 균형 확보를 위한 미·일 동맹 체제의 유지·발전 일변도를 계속 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아시아」공산 세력과의 화해란 새로운 요청 쪽으로 이항하고 있는 것이다.
「포드」·「미끼」공동성명의 새로운 한국조항은 이러한 일본 외교의 이중성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것은 한·일 의원 연맹의 발족, 「미야자와」일 외상의 방한을 전후해 일본 자민당 의원 등의 평양 방문, 「우쓰노미야」의원의 김일성 회견이란 사태와도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일본인들로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한·미·일의 협력을 통한 전쟁 억지력 확보 못지 않게 북괴와의 대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한국과 일본이 일의 대수를 격한 관계라 하더라도 일본과 우리의 생각이 같을 순 없다. 일본은 어디까지나 외국이고 그들 나름의 판단과 이해 관계가 있다. 더욱 일본은 2차대전 후「아시아」의 긴장 완화와 평화 구조 수립에 대해 어떠한 장기적 청사진을 밝힌 적도 없다. 시세에 사승한 「이커노믹·에니멀」(경제 동물)이란 평가를 받아 온 나라다.
그러므로 우리의 안보 문제에 대해 일본의 협조를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한·미, 미·일 동맹을 통한 유사시 일본의 간접적 협조 이상을 일본에 기대할 수도, 기대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민족적 자긍심 때문만이 아니라 지나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초래될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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