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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데탕트 양심적 소 시민을 교살|「사하로프」, 논설집『나의 조국과 세계』서 경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7개월전 「솔제니친」이 서방으로 추방된 이래 소련 내 반체제운동의 지도적 인물이 된 핵 물리학자「안드레이·사하로프」는 지난달 탈고해서 금년 말 출간예정인 『나의 조국과 세계』라는 논설집에서 현재 진행중인 동서 화해의 미진한 점을 지적하여 주목을 끈다.
그가「데탕트」에 대하여 문제를 가지고 보게 된 동기는 지난해 11월 미국 상원의원「제임즈·버콜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동 논설집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 「사하로프」는 그의「데탕트」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현재 「헬싱키」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안보회의 전에 협의하는 의미에서 공개될 것을 바라고 있다.
먼저 그는 동서 화해의 함정을 소련의 체제에서 찾고 있다. 그에 의하면 소련의 체제란 국가 자본주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당과 정부가 인위적으로 저임금을 노동자에게 강요하여 거대한 양의 자금이 군사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자원의 많은 부문이 「유고」작가 「드·질라스」가 지적한 「새로운 계급」에 해당되는 특권층의 높은 생활 수준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군사부문과 당의 소수 특권층에 재정적 역점을 두다 보니 예술과 인도적 분야에는 황폐된 결과가 초래되었으며 파괴적인 것을 연구하는 과학분야를 제외하고는 과학에도 간접적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양자역학·「트랜지스터」·「컴퓨터」·녹색 혁명 등이 소련 이외의 서방세계에서 일어났음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소련에는 강제노동수용소와·교도소에 1백50만 명 정도의 죄수가 있으며 이중 정치범이 1만 명에 달하고 또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신앙적 양심 때문에 박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유대인의 이민자유문제에도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소 무역특혜를 조건으로 소련 당국이 유대인 이민제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요구하고 있는「헨리·잭슨」상원 의원의 입장을 옹호하고 「잭슨」수정안이 결코 내정 간섭이 아닌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소련 내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말하며 이들이 동서「데탕트」의 와중에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소련의 노동자들은 파업권은 물론 상급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권리도 없다고 한다. 「사하로프」에 의하면 지난 몇 년 동안 「무르만스크」에 있는 어부들은 그들의 봉급을 형편없이 적게 속아 받았고 그나마 관리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출어를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이의를 말하지 못했고 항거하는 자는 정신병원에 수용했다고 한다.
금년의 부활제 주일에 노동자들이 쉬지 못하고 계속 평일과 같이 일을 하도록 하자 아무도 항의하지 못했으나 두 명의 사제가 이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자 그들 중 한 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서방의 결속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하고 미국이「인도차이나」사태 이후 독립주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세계인류 전체의 운명에 대하여 더 용기 있고 관대한 관심을 가져 주길 촉구했다. <타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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