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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더불어 사는 지구촌'은 언제 오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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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의 반전 여론이 거센 가운데 미국과 이라크의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전쟁 중에 50만명의 사상자와 2백만명의 난민이 생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전쟁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공부한다.

"도대체 전쟁을 해서 얻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왜 인간은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없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이런 파괴와 죽음이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 나는 전쟁의 책임이 어떤 위대한 인물이나 정치가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어."

저널리스트를 꿈꿨던 독일 출신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1929~45)가 44년 5월 3일 쓴 일기의 일부다. 안네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42년 자신의 생일(6월 12일)부터 체포 직전까지 은신처인 골방에서 지낸 생활을 일기로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은 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영국과 프랑스가 나서 독일에 선전포고하며 일어났다.

45년 8월 15일 끝나기까지 49개 연합국과 8개 동맹국 등 57개 나라에서 1억1천만명의 병력이 동원돼 2천7백만명의 전사자가 나왔다. 민간인도 2천5백만명이 죽임을 당했다.

그 가운데엔 특히 나치의 말살 정책으로 희생된 유대인 5백만명이 포함돼 있다. 독일과 소련은 인구의 10%가 희생됐다. 전쟁에 먹힌 비용과 재산 손실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다.

전쟁이 발생하면 이렇듯 무고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본다. 환경이 파괴되고, 문화유적도 잿더미가 된다.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인류는 50만년 전 원시시대에 시작한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정도로 철저히 파괴될지 모른다.

지구촌시대엔 국지전이라 하더라도 전쟁을 하는 나라들뿐 아니라 그 여파가 세계 전체에 미친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으로 벌써부터 기름값이 올라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오래 끌면 연쇄반응이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다.

수십만년 동안 전쟁을 되풀이하며 고통을 겪었는데도 인류는 아직 평화를 이루는 지혜와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는가. 열다섯살 안네의 독백을 어른들이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때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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