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감정법안의 수정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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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야는 국회에 환부된 「국회에서의 증언·일정 등에 관한 법률안」의 문제조항을 수정해서 재 입법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 절충을 양당 정책입안책임자들에게 맡겼다.
정부의 돌연한 거부권행사로 일시나마 여야관계가 긴장됐다가 28일의 총무회담에서 수정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여야의 화해 「무드」에 큰 손상 없이 수습의 길을 찾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남은 과제는 수정 「범위」에 관한 여야의 절충이다.
여당측은 정부의 환부 이유서에서 제시한 이의를 충족시키는 선에서 수정할 것을 내세우고, 신민당은 주로 문제가 된 동법안의 제7조2항만을 삭제하도록 요구, 여야간에는 아직 다소의 거리가 있다.
정부의 이의서가 제시한 「비트」 이유는 두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군사·외교의 기밀 등 안보사항이라도 국회 본회의 결의로써 관계공무원에게 증언을 시키거나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증언·감정법안」 제7조2항이 국회법 제1백21조와 상충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국회법이 「특정사안」만 조사할 수 있도록 한데 반해 「증언·일정법안」에서는 「일반사안」까지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둠으로써 법집행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야당도 문제성을 부인하지 않아 이 조항을 삭제하는데는 별 이의를 달지 않겠다는 것인 듯하다. 그러나 소위 「특정사안」과 「일반사안」과의 문제는 어느 한두 조항과 관련된 것이 아니고 「증언·감정법안」의 성격에 관한 것이어서 합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관해 공화당대변인은 자구수정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여야율사들의 손에 넘어가면 엉뚱하게 갑론을박할 소지가 없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법률해석상의 문제나 자구에 구애되어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했던 증언·감정제도를 부활하겠다는 입법취지를 그르쳐서는 안될 것이다. 여기서도 여는 아량을, 야는 대의에 입각한 자세를 보여주도록 요망하고 싶다. 이 기회에 본난이 지적해 두어야 할 것은 「증언·감정법안」의 환부와 관련해서도 그 입법과정 자체에 많은 미흡점이 있었다는 점이다.
첫째는 입법의 졸속문제다. 공화당이 「입법과점에서의 차질」을 시인하고 간부회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유감의 뜻을 표한데서도 나타난 것처럼, 충분한 내용검토 없이 법안이 주무상임위(법사위)와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회는 회기 말이면 으례 의안을 무더기로 처리해온 것이 관례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내용검토가 소홀히 다루어진 법안이 부지기수에 이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간부들이 「증언· 감정법안」에 차질을 빛은 것은 당시 여야의 쟁점이었던 사회안전법 통과에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는 것을 봐도 입법의 소홀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야는 어떤 법이든 모든 법률은 그 일자일획이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심하여 앞으로는 좀더 국민에게 실임질 줄 아는 진지한 자세를 갖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문제의 「증언·일정법안」이 국회본회의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라면 정부의 거부권행사 과정에서 제안자인 신민당의 양해를 구하는 아량이 있었음직도 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당간부들과 사전에 「협의」하고 야당에는 사전 「통보」에 그쳤다. 야당과도 충분한 정전양해 과정이 있었더라면 야당의 큰 반발을 일으키지 않고서도 보다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화정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지금의 시국을 상기할때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여· 야당 및 정부· 야당 관계에도 이같은 성실한 대화의 자세가 절실한 것이다.
끝으로 일단 환부된 법안에 대한 국회의 재의는 「올·오어 낫싱」제도이므로 9월 정기국회에서 「증언·감정법안」을 폐기하는 것과 동시에 새 법안을 통과시키는 형식을 약속하는 것이 여야의 재 입법절충을 쉽게 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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