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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상최대의 숙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3,24일 이틀동안에 걸친 서울시경의 소매치기관련 경찰관1백19명 숙정작업은 타의든 자의든 간에 경찰이 묵은 고질을 대수술 했다는데에서 평가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일부수사경찰과 소매치기와의 「관계」가 공공연한 비밀로 돼왔는데도 그때그때 노출된 비위경찰만을 다스리는데 그쳐 온 것이 사실이고 보면 이번의 숙정은 수사경찰의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제거, 적어도 도둑잡는 경찰이 도둑과 짜는 일만은 없도록 하겠다는 기본자세를 새삼 분명히 한 자기선언으르 되풀이할 수 있다.
사실 이번의 숙정은 그 규모나 성격에 있어 30년 국립경찰사상 최대의 오점으로 기록됐다. 잘린 1백19명의 숫자는 서울시경수사경찰 1천4백42명의 8·3%, 9천9백여서울시경 전경찰관의 l·2%에 해당되는 엄청난 규모며 조치 또한 파면77명, 면직42명으로 유래없이 단호한 것이었다. 어쨌든 경찰은 이 최대의 오점을 씻고 새 울발하는 관문에 다시 섰다.
그러나 이번의 숙정은 우선 부조리의 결과만을 잘라냈을 뿐이고 그같은 부조리를 빚은 원인풍토는 아직도 그대로 남았다는 점에서 경찰정화의 시발점에 불과한 것 이다. 이번에 숙정된 관련 경찰관들의 상납받은 돈중 상당액이 과운영비·수사비등으로 보태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다른 경찰분야에서도 각종경비가 비슷한 방법으로 염출되는 것이 부인못할 사실이고 보면 활동비 개선의 근본적인 뒷받침 없이 사람만 자른다고 효과적인 경찰정화가 이루어 질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찰관의 박봉은 그만두고라도 현재 수사경찰의 하루활동비는 고작 8백원으로 관내에서 큼직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수사비를 빚지거나 떳떳치 못한 방법으로 조달하는 것은 알려진 비밀인 것이다.
또 이번의 숙정은 작년 초 관가숙정때와 마찬가지로 쾌도난마식 방법으로 무더기처리 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지난달 23일 검찰로부터 소매치기관련경찰관의 명단을 통고받은 서울시경은 사실 근 한달이 다 되도록 별다른 옥석구분의 작업을 하지 않고 뒤처리를 흐지부지하고 있다가 23일 하오 상부의 호통을 받고 하룻밤새 1백여명의 목을 전격적으로 잘라냈다.
따라서 혐의사실에 대한 구증을 하지도않고 범죄인의 진술 하나만 갖고 마구잡이로 징계조치를 한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관련경찰관들은 잘잘못도 가려지지 않은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 앞으로 소청사태의 후유증까지 예상되고 있다.
서울남대문경찰서 김모순경의 경우 전라도꼬마파 1명을 검거, 2백만원의 뇌물을 거절해 가면서까지 검찰에 구속송치했는데도 그 소매치기의 터무니없는 상납중상으로 이번에 일괄파면돼 소속형사계강과 김모검사간에 24일낮 전화설전이 벌어지기도 했고 일부경찰관은 검사방을 찾아가 억울하다며 소동을 벌이고 심지어는 정모검사의 경우는 집으로 협박전화까지 걸려오는 후유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검찰까지도 명단은 어디까지나 경찰정화의 정보로 제공된 것에 불과한데 경찰책임자가 아무런 작업도 않고 깔아뭉개다 뒤늦게 허겁지겁 일괄조치하고 말았다며 자승자박의 결과라고 옥석구분 없는 조치를 안타까와하고 있다. <김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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