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l백19명 면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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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경찰관의 공신력 회복 문제가 사회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매치기 상납 사건에 관련 돼 서울시 경관 하에서 이미 77명의 경찰관이 파면되고 42명이 면직 처분 됐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의하면 이들은 치기배들로부터 최고 12회까지 상납을 받았고 1인당 수회액이 평균 20∼3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심지어는 소매치기들이 훔친 금품의 약 4분의1이 경찰관의 손에 넘어 갔다고도 한다.
이러한 부정은 극소수의 경찰관에만 한정된 것이요, 또 자율적인 숙청조치까지 취해졌다고는 하더라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성질의 것이 아니다.
법을 집행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켜야 할 경찰관이 범죄자와 손을 잡고 있었다면 법의 지배에 대한 사회의 신뢰는 근저에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우기 경찰의 직무는 국민의 인권과 일상 생활에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극히 일부 경찰의 비위일 망정, 그 비행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번질 소지까지 가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경찰 자신이 이를 비위 경찰관을 단시일 안에 숙정한 조치는 경찰의 신뢰회복을 위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명백한 비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만이 그것을 감추고 비호하는 데서 올 내부 화농과 국민의 의혹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숙정이 치기배의 진술에 주로 의존한 결과 억울한 처벌을 받은 경찰관이 있다면 마땅히 이를 구제하는 데에도 인색해서는 안되겠다.
법의 지배에 대한 신뢰는 공공질서의 안정을 통해 확립되는 것이며, 이는 법 집행자인 경찰의 효과적 활동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 효과적 경찰 활동이야말로 국민의 존경과 호응을 얻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 집행의 책임을 진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할 때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불신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부패와 비효율은 어느 다른 분야보다도 우선적으로 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요청은 경찰뿐 아니라 검찰·법관 등 법을 집행하는 모든 공무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명제다.
다만 이 문제를 놓고 간과해선 안될 것은 경찰의 부패나 비효율의 많은 요인 중에서도 경찰관의 보수·수사비·활동비의 저 수준과 수사 장비 부족이 가장 근본적 이유라는 사실이다.
경찰관의 봉급은 순경의 초봉이 조정 수당 7천원을 합쳐 월 3만1백50원이며 경사 10호봉의 경우도 5만2천5백20원밖에 안된다. 이는 5월말 추정 도시근로자 월 평균 가계 지출 6만3천원선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특히 수사 경찰관의 활동비는 고작 하루 8백원이며, 지·파출소 운영비는 월 4만3천원, 경찰서의 경우는 월36만원선이라고 한다.
경찰이 수행하는 잡다한 업무를 생각하면 활동비가 실제 필요액의 몇분의 1도 안된다는 경찰의 주장을 듣지 않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자연히 경비 마련을 위해 반제도적인 부조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또한 끄나풀의 정보에 의존하는 지금까지의 수사 방식으로는 경찰관과 끄나풀의 비뚤어진 인간 관계가 성립되게 마련이고 이것이 결국 경찰과 범죄자간의 비호·상납 관계의 소지로 발전하였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당국은 비위경관의 엄격한 처벌과 병행해 경찰관의 획기적 처우 개선과 과학 수사체계 확립을 통해 경찰 부정의 제도적 억제 조치를 강구하는 데에도 배전의 고려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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