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불임수술…보류하자"|신경정신의학회「세미나」서 건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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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동안 물의를 빚어온 강제불임수술에 대한 공개학술강연이 열려 일반의 관심을 모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회장 박문희)가 주관한 이번 모임(17일 YWCA강당에서)은 정부·학계·언론계·법조계등 각 계에서 참석, 의견을 나누었다.
강제불임수술명령의 심의경위에 대해 보사부 모자보건과 유원하과장은 이번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유전성여부에 대한 검토를 신중히 하고 있으며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4조 불임수술절차에 따라 곧 가족계획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여기서 결정되는 대로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정신박약아의 염색체검사를 맡은바 있는 원자력원의 김영진박사는 보사부로부터 의뢰 받은 충남정심원 원아 12명에 대한 염색체 검사결과 그중 l명은 전형적인 「다운」씨 병이었고 나머지는 이상염색체와 염색체의 수적·형태학적 이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한편 사회적 관점에서 황성모박사 (사회학·중앙일보 동서문제연)는 이번 문제는 우생학적이라기 보다는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의 소산이라는 인상이 짙고 사회적으로 부담만 주는 정신박약아를 도태시키려는 비인도적 동기가 엿보인다고 지적하고 유전여부에 대해 과학자들의 견해가 일치될 때까지는 이 문제는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옹호 한국연맹대표 박원서씨는 과학성이 불확실한데 인간의 존엄성을 강제력으로 간섭하는 일은 비인도적인 처사로 완전한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은 채 사형대에 올라가야 하는 사형수의 경우에 비유했다.
중앙대의대 민병근박사는 심한 정신분열증은 대개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고 염색체 이상을 수반하는 「다운」씨 병은 극소수이며 또 심한「다운」씨 병은 사춘기를 넘기기 전에 사망하게되므로 가족이나 수용시설에 의해 보호된다면 임신의 문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이들 보호시설의 미비점을 외면한 채 법적으로 유전질환을 규정해 놓아 자살기도·집단자살·정신병을 유발시키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강연회가 끝난 후 즉시 평의원이사회 합동회의를 열어 정신병원인과 유전성여부에 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형편과 이들 중증환자들이 방치되어 있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모자보건법중 유전성정신질환의 삭제와 조속한 시일 안에 정신위생법을 제정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김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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