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기능 못 살리는 예산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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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 예산제도는 총자원 예산이나 기본운영계획 등 계획제도와 괴리되어 있어 계획이 예산에 대한 규제적·지침적 기능을 상실하고 오히려 예산을 따라가는 본말전도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단일연도주의에 따른 장기전망의 결여로 안일한 전년답습주의·재정경직현상을 초래하고 있어 계획과 예산의 유기적 통합, 장기예산제의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마련한 「예산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예산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이밖에 ⓛ일반재정과 기업회계·특별회계를 포괄하는 합리적 예산 개념이 결여되어 있고 ②통제지향으로 예산의 배분 기능을 다하지 못하며 ③특별회계의 설립이 일정한 원칙에 준하지 않고 예산편성상 편의에 의해 결정됨으로써 특별회계수가 25개에 달하는 난립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이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예산제도의 개선방안으로 ①계획예산 제도의 실시와 ②장기예산제의 도입 ③일반재정과 특별회계 등을 포함하여 정부의 재정수지 활동을 총괄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통합예산의 작성 ④예산분류의 체계화 ⑤특별회계의 정비 등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계획과 예산이 괴리된 것은 계획자체가 제도상 경직성으로 인해 계획서의 작성에 그치는 형식적인 것이 되어 버렸을 뿐 아니라 연차계획의 경우 경제기획원이 작성하는 총자원예산과 국무총리실의 기본운영계획으로 일원화되어 있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결함을 시정하기 위해 장기계획은 「롤링플랜」(연동제)을 도입하고 연차계획은 기본운영 계획을 폐지, 총자원 예산으로 일원화할 것을 제시했다.
또 예산편성에 있어 연차계획을 작성하는 경제기획원 기획국이 신규 투자 계획에 대한 통제와 조정을 하며 구체적 작업일정도 재조정할 것을 제시했다.
장기예산제도는 예산일률주의에 따른 유기적 일관성 결여, 예산사정의 전년답습주의 등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5년을 편성기간으로 설정, 「롤링플랜」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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